홍어는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음식이다. ‘푹 삭혀야 맛’이라는 마니아가 있는가 하면 시큼하고 쿰쿰한 맛에 절레절레 손사래 치며 달아나는 이도 있다. 이맘때 먹는 홍어회는 쫄깃쫄깃하면서도 차지다. 뼈째 먹는 그 맛은 씹을수록 깊다. 홍어는 코와 애, 날개를 특히 쳐준다. 이 중 ‘애…
“그 사람 참 공무원스럽다.” 얼마 전 서평(書評)에서 맞닥뜨린 표현이다. 불편해할 공무원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약 300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쓰인 표현이란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오전 9시에 출근하지만 대화하고 토론하고 깃털 펜을 다듬는 일 등을 …
우리가 쓰는 말들 가운데는 누군가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망인(未亡人)’이 아닐까 싶다. 이 말, 이전에는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던 말’이다. ‘춘추좌씨전’의 장공편(莊公篇)에 나온다. 국립국어원…
올해는 없었던 것으로 치고 다시 2020년을 시작하자는 사람들이 많다. 올 한 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이럴까 싶다. 오죽했으면 자영업자들이 ‘몹시 어렵고 힘들다’는 뜻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을까. 가히 ‘오그랑장사’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사실 …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술자리가 무르익을 때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흥겨운 가락이 절로 터져 나온다. 눈치 빠른 술꾼은 안다. 드디어 술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음을. 이때 누군가 자리를 박차며 호기롭게 외친다. “오늘은 내가 쏜다!” 오해 마시길.…
“밥이 대수냐. 고기를 잡아야지.” 구수한 입담에 웃음보가 또 터진다. 왁자지껄,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다. 그러면서도 하나같이 낚싯대의 미세한 떨림조차 놓치지 않는다. 예능 대세로 자리 잡은 채널A ‘도시어부2’의 현장이다. 이 낚시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아스라한 어릴 적 추억과…
사상 첫 겨울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생들은 투명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 앉아 마스크를 쓴 채 문제풀이에 매달렸다. 시험 당일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에서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도 있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낳은 ‘웃픈’ 현실이다. 대학입시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치르는 전쟁이다.…
“한 숟갈이라도 더 먹어라.” 씨도 먹히지 않을 소리임을 알면서도 아뿔싸, 밥상머리에서 불쑥 내뱉고 만다. 밥알을 ‘세고 있던’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바쁘다며 벌떡 일어선다. 조금이라도 더 먹일 요량으로 고봉밥, 감투밥 비스름하게 담아낸 아내의 얼굴은 얼추 울상이 됐다. 그날 눈칫밥보…
늦가을 정취를 즐기려 산을 찾았다. 꽃비처럼 흩뿌려진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락댄다. 지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지만 왠지 짠하다. 산 정상과 쉼터 등에서 많은 등산객들을 만났다. 숨이 차 그랬겠지만, 이들 중 일부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벗은 채 ‘맨얼굴’ 대화를 나누…
며칠 전 친구 몇이서 함께한 저녁 모임. 메뉴판을 훑어보다 적이 놀랐다. ‘골동반(骨董飯)’이 떡하니 올라 있는 게 아닌가. ‘골동반’을 아느냐고 묻자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고기나 나물 따위와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밥’이라고 하자, “설마, 비빔밥?”이라며 눈이 …
별이 쏟아질 듯한 여름날 밤, 까막까막 날던 녀석 중 하나를 잡아 사정없이 꼬리를 뗀다. 그러고는 얼굴에 쓱 문지르면, 영락없이 불 달린 도깨비가 된다. 눈치챘겠지만 그 불은 개똥불, 표준어로는 ‘반딧불’이다. 한때 반딧불과 반딧불이를 두고 ‘반딧불이’는 곤충 이름이고, 그 곤충의 …
울긋불긋 가을이 익는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는 온데간데없다. 어릴 적, 가을은 먹을 게 많아 좋은 계절이었다. 벼나 보리 따위의 농작물을 거두어들인다는 뜻의 ‘가을하다’란 말이 이를 말해준다. 떡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어머니가 해주시는 술빵을 먹을 수 있었다. ‘입이 궁금하던’ 차…
“빨리 ○번 눌러요.”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내가 재촉한다. 급기야 내 휴대전화를 낚아챈다. 한동안 전국을 트로트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미스터트롯’에서 ‘7인의 최종 순위 발표’를 하던 날 밤이었다. 그렇게 알게 된 가수 김호중은 ‘트바로티’라는 애칭을 얻으며 인기를 더해 …
서울의 새 아파트 전셋값이 분양가를 웃돌기도 하는 등 집값과 전셋값 오름세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피가 마른다”는 실수요자들의 외침이 절절히 와닿는다. 사실 16개월 연속 상승했다느니, 속수무책이라느니 하는 ‘전셋값’은 말의 세계에서도 ‘엄청 올랐다’. 전셋값은 표준국어대…
가수 나훈아는 ‘2020 한가위 대기획-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열정적인 노래와 몸짓, ‘사이다 발언’으로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넸다. 그가 15년 만의 안방 나들이에서 열창하는 그 순간, ‘웬수’라는 신곡에 꽂혔다. ‘딱 한 글자 정, 정이 웬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