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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영화로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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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르는 들불에 세상의 부조리도 사라져라

    타오르는 들불에 세상의 부조리도 사라져라

    불태운다는 메타포를 활용한 한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당시 중에선 태워도 태워도 들풀처럼 다시 돋아나는 이별의 슬픔을 포착한 백거이의 시가 유명하다.(‘賦得古原草送別’) 당나라에서 활동한 최치원(崔致遠·857∼?)이 들불을 보며 떠올린 것은 백거이와는 사뭇 다른 국면이었다.시인의 시…

    • 20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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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회 맞은 ‘한시를 영화로 읊다’… “한시 한 구절로 삶이 바뀔 수도”

    100회 맞은 ‘한시를 영화로 읊다’… “한시 한 구절로 삶이 바뀔 수도”

    “한시 한 구절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10월부터 동아일보에 2주마다 게재한 칼럼 ‘한시를 영화로 읊다’가 20일 연재 100회를 맞았다.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햇수로 연재 6년째를 맞았다”…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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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가진 것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의 나머지일 뿐

    내가 가진 것이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의 나머지일 뿐

    영화 ‘84번가의 연인’(1987년)에서 미국 뉴욕에 사는 작가 헬렌은 책을 유달리 좋아해 영국 런던에 있는 서점에까지 책을 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헬렌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조선시대 한양에 살던 중인 신분의 조수삼(176…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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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오는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증오는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조선 최고의 비평가 허균은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연산군이 허황되고 음란했지만 문학을 좋아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종반정이 일어난 1506년의 어느 봄날 연산군은 자작시 두 수를 내려주며 신하에게 운자(韻字)에 맞춰 화답하라는 명을 내렸다. 두 번째 수에서 읊은 봄날의 정경은 다음과…

    • 202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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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책에 끼워놓은 들꽃 한 송이… 순박한 우정에 ‘뭉클’

    공책에 끼워놓은 들꽃 한 송이… 순박한 우정에 ‘뭉클’

    전통 사회의 어린이들은 글공부를 하면서 한시 쓰는 연습을 많이 하곤 했다. 어린이가 쓴 한시는 어른의 생각과 글쓰기를 본뜬 것이기는 하지만, 아이다운 솔직한 감정이 꾸밈없이 드러나기도 한다. 조선시대 신계영(辛啓榮·1577∼1669)이 열 살 때 쓴 작품도 그런 예다.시인은 이웃집 사…

    •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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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지킬 다짐, 어디 있나… 지레 포기하지 말고 오늘부터 다시 ‘금주’

    못 지킬 다짐, 어디 있나… 지레 포기하지 말고 오늘부터 다시 ‘금주’

    우리에겐 매년 반복되는 지키지 못할 계획들이 있다. 폭음하는 사람이 술을 끊겠다는 다짐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조선시대 남효온은 주사로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자 술 끊겠다는 글을 짓고 금주를 맹세했다(‘止酒賦’). 하지만 그 뒤에도 술을 마시고는 다시 술을 끊겠다는 글을 썼다(‘復止酒賦…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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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에 깃든 진한 추억… 먼저 간 아내가 떠올라,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다

    음식에 깃든 진한 추억… 먼저 간 아내가 떠올라, 무너져 내리듯 주저앉다

    죽은 이를 애도한다는 ‘도망’이란 말이 아내의 죽음을 애달파 하는 시의 전용 명사가 된 것은 서진(西晉)시대 반악(潘岳)의 ‘도망시(悼亡詩)’부터였다. 우리 한시 중에선 조선 후기 심노숭(沈魯崇·1762∼1837)의 도망시가 특히 마음을 울린다.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동갑내…

    •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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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꽃같은 열정 태운 음악가는 사라졌지만 음악의 향기는 진하네

    불꽃같은 열정 태운 음악가는 사라졌지만 음악의 향기는 진하네

    알랭 코르노 감독의 ‘세상의 모든 아침’(1991년)에선 17세기 프랑스의 비올라 다 감바 음악가였던 생트 콜롱브와 그의 제자 마랭 마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레는 엄격한 콜롱브에게 가르침을 거절당하자 콜롱브의 오두막집 아래 숨어 연주를 엿듣는다. 같은 세기 조선의 거문고 명인 김성…

    •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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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밤 다듬이질 소리따라 꿈에서라도 가고싶구나, 고향으로 아내 곁으로

    한밤 다듬이질 소리따라 꿈에서라도 가고싶구나, 고향으로 아내 곁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파블로 네루다의 시 중에 다림질에 대한 작품이 있다.(시집 ‘충만한 힘’ 중 ‘다림질을 기리는 노래’) 발해 시인 양태사(楊泰師)에게도 옛날의 다림질이라 할 다듬이질에 대한 시가 있다.758년 사신으로 일본에 간 시인은 잠 못 이루던 어느 가을밤 이웃의 다듬이질 …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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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두운 그림자같은 삶 버겁게 느껴지나요?

    어두운 그림자같은 삶 버겁게 느껴지나요?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2024년)에서 주인공 히라야마는 과거 부유한 집안 출신의 사업가였던 것 같지만, 지금은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화장실 청소를 업으로 살아간다. 시한부 암환자인 남자가 히라야마에게 지난 삶에 대한 회한을 드러내며 “그림자가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라…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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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은 누구에게나 망망대해 표류 같아… 인생의 행로는 어디

    삶은 누구에게나 망망대해 표류 같아… 인생의 행로는 어디

    1488년 최부(崔溥·1454∼1504)는 제주도에서 출발한 배가 망망대해에 표류하여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중국 동남부 해안에 도달했지만 최부 일행은 왜구로 오인받는 등 다시 위기를 겪고 육로를 통해 겨우 귀국했다. 최부는 그 사연을 ‘표해록(漂海錄)’에 남겼다. …

    •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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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슬픔의 삼각형’과 한시 ‘적벽부’의 뱃놀이

    영화 ‘슬픔의 삼각형’과 한시 ‘적벽부’의 뱃놀이

    소식(蘇軾·1037~1191)은 황주(黃州) 유배 시절인 임술년(1082년) 가을 적벽강(赤壁江)에서 뱃놀이를 한 뒤 ‘적벽부(赤壁賦)’를 남겼다. 조선시대 박은(朴誾·1479~1504)은 임술년(1502년)이 돌아오자 이행(李荇), 남곤(南袞)과 함께 한강에서 소식의 뱃놀이를 재연하…

    • 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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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쾌락’에 빠져도 삶의 공허함은 결코 채울수 없어

    ‘쾌락’에 빠져도 삶의 공허함은 결코 채울수 없어

    한시에선 일찍부터 잔치 뒤의 공허감을 노래해 왔다. 신하들과의 연회가 끝난 뒤 한나라 무제는 “환락이 다하면 슬픈 감정이 많아지니, 젊음의 시간 얼마 안 되니 늙는 걸 어찌할까(歡樂極兮哀情多, 少壯幾時兮奈老何).”(‘秋風辭’)라고 읊은 바 있다. 한나라 말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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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지의 쓸쓸함도 잊게 만든 냉면 한 그릇

    객지의 쓸쓸함도 잊게 만든 냉면 한 그릇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에서 일본인처럼 행세하는 악독한 조선인 코우즈키는 식사 때만큼은 평양냉면을 즐긴다. 조선시대 장유(張維·1587∼1638)가 냉면을 먹고 쓴 시는 다음과 같다. 냉면을 읊은 한시로는 두보의 ‘괴엽냉도(槐葉冷淘)’가 유명하다. 홰나무 잎의 녹색 즙을 …

    •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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