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장식된 방을 난로가 따뜻하게 덥혀 주고 잔치 음식은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 여기서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신년 파티를 흥겹게 즐기고 있다. 600년 전 프랑스의 새해맞이 장면을 담은 그림인데 우리의 설 명절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주인공은 오른쪽에 앉아 있…
얼마 전 런던을 상징하는 빅벤이 노스페이스 재킷을 입고 포즈를 취한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런던브리지를 가로질러 마치 빨래처럼 걸려 있는 거대한 첼시 유니폼, 자동차 뒤에 매달려 파리 거리를 새빨갛게 물들이는 로레알 립스틱, …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그림 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크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의 ‘목동들의 경배’다. 그림 한가운데 아기 예수가 누워 평화롭게 잠자고 있고, 그 주변을 다섯 명의 인물들이 빙 둘러싸고 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캐럴을 연상시킨다고 할 만큼 차분…
경복궁 야간 개장, 청계천 루미나리에, 서울스퀘어, 전북 전주 전동성당과 제주도 빛의 벙커에 이어 올겨울 최고의 핫플(Hot Place)로 떠오른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많은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정답은 건물 외벽을 미디어로 활용해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전시 제목처럼 작품을 그야말로 ‘진지하게’ 감상하는 관객의 모습에서 “난 그림에 나를 고백하고, 나를 발산한다”고 했던 그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 제대로 통한 것 같아 고무적이다. 이번 전시에서 …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라’라는 뜻이다. 중국 은(殷)나라 시조인 탕왕(湯王)이 반명(盤銘·세숫대)에 새겨 놓았다는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에서 비롯됐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우일신(又日新)’이란 키워드가 떠오른…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품은 지난 2000년간 수집가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가장 먼저 수집에 열을 올렸던 이들은 그리스를 점령한 로마의 장군이나 그리스 문화를 향유한 로마의 황제와 귀족들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대리석의 채석이 기원후에나 이루어지면서, 그리스에서 난 희고 반투명에 가까…
한 인물이 고딕 양식의 실내에 마련된 작은 입방체 같은 공간에서 독서에 몰두하고 있다. 화면 맨 앞 단에 공작새와 자고새가, 그 뒤에는 책상과 서가, 오른쪽의 어두운 열주 속에는 사자가 있지만 여러 개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광선은 관람자의 시선을 중앙의 인물로 향하게 한다. 이 인물이 …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대중의 평균적인 시각에서 보면 한마디로 ‘미친’ 전시다. 전시가 미쳤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용이 그렇다는 말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멀쩡한 나무를 뿌리째 뽑아 두부모처럼 생긴 거대한 …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선구자이자 추상회화의 거장, 수화 김환기(樹話 金煥基). 그는 1913년부터 1974년까지 61년을 살다가 갔다. 전체 작품 규모 등 그가 남긴 미술 유산은 사후 5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카탈로그 레조네(검증된 전작도록)가 정리되지 않아 객관화하기 어렵다. 하지…
잔잔한 물결이 오래 흘러서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마음에 와닿았다. 8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전은 개막전에만 13만 장이 예매되는 등 새로운 전시 기록을 세우고 있다. 마음 챙김이 중요해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현대적 감정의 대가인 호퍼는 각별한 이…
관람객이 전시장에 입장한다. 그 뒤를 따라볼 때가 있다. 전시장 계단을 오른다. 어둑한 공간에 들어서니 주변이 아득해진다. 어둠에 익숙해질 때쯤 빛이 보이고, 돌아서니 대형을 갖춘 백자들이 한꺼번에 반긴다. 관람객의 “와!” 하는 탄성을 듣고 나면 무언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