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날이다. 그날 저녁, 삼각지역 인근 막창집에 학창 시절 운동권이었다가 근년 들어 보수 성향임을 커밍아웃한 80년대 학번 선배 소설가, 오랜 법정투쟁 끝에 작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확정을 받은 중도우파 성향의 일문학 교수, 역시 진보 성향에서 중도우파로…
서울 용산구 후암동 해방촌은 황인숙 시인의 ‘나와바리(縄張り·영역)’다. 황 시인의 둘도 없는 ‘남사친’인 소설가 고종석 선생의 어림짐작으로는 여기 산 지 못해도 30년은 넘은 것 같단다. 시인이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요인도 물론 있겠지만 내 생각엔 고양이 때문이다.…
그런 심리를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 게 적당할지는 모르나 사람에게는 오래된 것을 신뢰하는 본능 같은 게 있다. 항구성 또는 영원성 같은 것에 대한 동경이 반영된 결과일 텐데, 좀 더 쉽게 말하면 오래 살아남은 것에 대한 애틋한 연민 같은 것일 테다.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존…
시인 L은 삶이란 가전제품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이라고 시편에서 말한 적 있다. 나는 그 말을 받아서 이렇게 변용해 봤는데, 삶이란 먹어본 음식의 가짓수가 늘어가는 것이라고. 나는 이 말이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10대 중에서 홍어삼합을 먹어본 이들의 퍼센티지가 50대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