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한왕 유방은 형양 남쪽에 본진을 두고 있는 듯 없는 듯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나 높은 가지에 올라
위나라 대나라 조나라가 차례로 한군(漢軍)에게 넘어가자, 연나라는 하늘같이 믿는 패왕의 서초(西楚)로부터 멀리 떨어
“대장군께서 싸우시려고 해도 연나라가 든든한 성곽에 의지해 지키기만 하면, 시일이 오래 걸려 힘으로 성을 떨어뜨리
며칠이 지난 뒤였다. 다음 행정(行程)을 고심하던 한신이 광무군 이좌거를 불러 물었다. “저는 북쪽으로 연(燕)나라를
그런데 그날 저물 무렵이었다. 술과 고기로 잔치를 벌이고 군사들을 쉬게 하는데, 누가 한신의 군막을 찾아와 자랑스
진여의 목이 붉은 피를 뿜으며 떨어지는 것을 보자 한신이 문득 생각난 듯 좌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광무군 이좌거
“대장군께서 이르셨습니다. 진여를 보고자 하십니다.” 그때 한신은 항병(降兵) 3만을 거두어 장졸들에게 다독이게
“조나라 장졸들은 어서 항복하라! 대장군의 명을 받든 우리 3만 군사가 이곳을 차지하고 너희를 기다린 지 오래다.”
“수수(휴水)를 잊었느냐? 깊은 물을 등지고서도 달아나 살아 보려 하다가 우리 군사 10여만의 시체가 수수의 물 흐름
“여기가 결판을 낼 싸움터다. 모두 돌아서서 적을 쳐라. 먼저 와있던 우군과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르고 싸움을 끝내
“명색 공맹(孔孟)의 가르침을 따르는 유자(儒者)라면서 오상(五常=오륜)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네놈이 무엇을 허
오래잖아 남은 군사 2만을 모조리 끌고나온 한신이 수자기(帥字旗)를 앞세우고 조나라 진채 앞에 이르렀다. 자신이 거느
“만약 우리가 매복을 두었다가, 적이 그걸 알고 험한 지세에 의지하고자 정형 골짜기로 되 숨어버린다면, 그거야 말로
“조나라는 대군을 이끌고서도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저들은 싸우기에 이로운 곳을 골라 굳고
한(漢) 3년의 첫 달이 되는 겨울 10월의 해는 짧았다. 한나라 군사들이 조나라로 밀고 들기 전 마지막 야영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