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인 4월도 하순이라 햇살은 따가웠다. 패왕이 이끄는 초나라 군사는 소성에서 팽성까지 50리 길을 쉬지 않고 달
위왕(魏王) 표(豹)나 그를 따르던 장졸들은 원래 소성(蕭城) 안으로 돌아가 성문을 닫아걸고 버텨볼 작정이었다. 그러
관영(瓘영)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나자, 한 끈에 엮인 듯 그 북쪽으로 이어 진채를 펼치고 있던 조참(曺參)의
전날 저녁 잘 먹고 느긋하게 잠들었던 관영(瓘영)의 군사들로 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나 다름없었다. 이제 천
“팽성에는 내일 새벽 우리가 간다는 소문만 갔으면 된다. 팽성의 한군이 벌벌 떨며 성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이에
“한왕의 군사가 56만 대군이라 하나 팽성 안에 남아있는 군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량(大梁) 땅으로 간 팽월
“간밤 우리는 번쾌가 이끈 한군(漢軍)의 주력을 쳐부수어 산산이 흩어놓았다. 풍(豊) 패(沛)에 한왕의 쥐새끼들이
전날까지만 해도 이기기만 해온 번쾌의 군사들이었으나 그 새벽 패왕 항우 앞에서는 뱀 만난 개구리나 진배없었다.
한편 패왕 항우는 호릉에서 나온 한군(漢軍) 정탐병들이 횃불까지 앞세우고 태평스레 다가드는 걸 보고 그들의 만심과
“이기고 지는 것은 싸우는 자에게 늘 있는 일이오. 장군에게 참으로 죄가 있다면 싸워보지도 않고 달아난 죄일 것
“어찌된 일이오? 서초(西楚)의 도성을 지켜야 할 장수가 어찌하여 이렇게 멀리 산동(山東)을 떠돌고 있소?” 패
“과인은 결코 믿고 싶지 않았으나 일은 두 분이 걱정하신 대로 된 듯싶소. 팽성이 떨어졌다니 과인은 오늘로 떠
“계포 장군께서는 벌써 잊으셨소? 우리가 강동에서 처음 강수(江水)를 건널 때 장졸을 합쳐 얼마였소? 겉으로는 큰소
“대왕, 아무래도 군사를 물려야겠습니다. 팽성이 위태롭습니다.” 범증이 펄쩍 놀라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
제나라에서 전횡을 몰아대던 패왕 항우가 등 뒤로 한군(漢軍)의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한 2년 4월 중순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