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덮인 어두컴컴한 짐칸에서 내내 흔들린 탓에 시간 감각이 마비되어 어느 정도 지났는지 짐작이 안 갔다. 후득
소녀는 병사의 군화를 보았다. 가죽이다, 재봉틀로는 안 박힐 것 같은데, 손바느질인가? 저렇게 두꺼운 가죽을 뚫
둘은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배가 아니라 파도처럼 몸을 흔들었다. 낡은 하루는 접히고 새로운 하루가 펼쳐졌다.
“…아버지가 처음 안아 주었을 때 그 손의 감촉과,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 목소리의 여운이…몸 속에
여자는 목이 메지 않도록 달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그대로 달까지 빨려들 것 같았다. “…집 떠나기 전날 밤, 그
“…아이를 안은 그 사람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가슴속에다 그 아이를 간직하려는 듯 꼭 껴안고…손등으로 흐르는 눈
“…그 사람 얘기가 다 끝난 다음에도 나, 아무 말 못했어…하고 싶은데 못하는 게 아니라…그 사람의 옳음을 거
“해가 바뀌면 너하고는 끝이라고…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하기에… 젖을 문 채로 잠든 아들을 안방에다 눕히고, 그 사
“고개 숙이면 안 돼, 속이 더 울렁거려. 저기 누워서 달구경이나 하자.” 여자는 소녀를 껴안아 일으켜 객실 벽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바늘을 구부려 만든 듯한 달이 광대한 어둠에 빛을
소녀는 문득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고무줄이 생각났다. 고무줄을 잡아당기자 발치로 땅콩이 떨어졌다. 깜박했네, 그 선
밀양 보통학교 5학년인 영자는 하카다 사투리를 쓰는 일본 남자에게 일본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저기 저 커다란 건물이 기쿠야 백화점이다. 바로 앞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면 술집 거리고. 밤이 되면 줄줄이 내단 전
소녀는 빈자리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바라보았다. 쌀죽, 녹두죽, 찐만두, 군만두, 고기만두, 완탕, 호
…나는 햇볕이 내리쪼이는 강물에 알몸으로 푹 잠겨 있다. 햇빛은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내 손발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