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놈이 들으면 안 되니까 우리말로 하는 거다. 이거 읽어 봐라” 우홍이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동아일보에서
4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은 점심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보자기 꾸러미에서 알루미늄
학생들이 제물로 내민 목소리는 어느 누구도 칭송하지 않고 어느 누구도 섬기지 않은 채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
“교육 칙어는 어떤 천황께서 내려주신 것인지, 아는 학생 손들어 봐라” “네! 네!” 전원이 손을 들었다. “저기,
“어디 이군이 불러 봐라” 걸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철은 풍금의 반주에 맞춰 ‘히로세 중령’을 불
우철은 반 친구들의 목소리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고 허리까지 몸을 쑥 내밀었다. 선생이 시킬 때마다 나는 망설인다,
“교육 칙어의 의미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6학년이 되면 차분히 가르쳐 주겠다. 지금은 몇 번이고 몇 번
학생들은 ‘교육 칙어’란 말에 등을 꼿꼿이 세우고 턱을 잡아당겼다. “23페이지를 펴라. 누굴 시킬까, 백군. 사행과
“아버지도 저 세상에서 기뻐하실 거다. 윤군과 강군은 손 안 드냐. 뭐 할 수 있을 만한 게 없다냐?” 윤정학
“아주 잘 읽었다. 다른 학생들도 큰 소리로 몇 번 읽다 보면 이 군처럼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철이 입술에 힘을
조례를 하고 돌아온 학생들은 책상 위에 공책과 필통과 조선 총독부에서 발행한 수신서를 나란히 꺼내놓고 조선말
우철과 우홍은 일본 아이들의 눈을 의식하고서 일부러 서로의 머리와 등을 쿡쿡 치면서 강둑을 뛰어올라갔다. “잘
우철은 동틀녘과 해질녘에 달리는 것을 좋아했다. 집을 나설 때는 없었던 그림자가 일출과 함께 또렷해지면서 자기를 이
“가족들이 들일하러 나갈 때도 미행이 붙는다 카더라. 연락은 없나, 돌아오면 반드시 알려야 한다꼬 말이다. 지난번
아낙네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일제히 떨어져나갔지만, 미나리를 뜯는 손길만큼은 쉼이 없었다. 모를 심고, 벼를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