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3 혼이 나야겠나! 이신철 용서해 주십시오. 무당2 (웃으면서 노래한다) 돈도 다 떨어지고, 사랑도 떠나가고,
무당이 직접 하얀 고깔과 성주신의 신옷인 짙은 빨간색 홍천익(紅天翼)을 유미리에게 입혀준다. 유미리는 무당의 춤에
무당3 우리 증손자를 화장터에 데리고 왔었지 조그만 손에 꼭 쥔 국화꽃을 관에 넣어 줬어 (왼쪽 귀를 손바닥으로 덮고)
무당3 산노미야(三宮)①에서 봤다는 소문을 듣고는 산노미야에 갔고 이카이노(猪飼野)②에서 봤다는 소문을 듣고는 이
무당3 이 애가 내 손녀딸이야! 우리 손녀딸! 아이고 귀여워라 정말 귀엽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손주야 아이고!
무당3 (파르르 떨리는 가냘픈 목소리로) 1941년 1월 맑게 개인 추운 날이었다 일본 공무원이 나와 온 집안을 소독하고
무당3 신태가 죽기 전에는 바람 같은 것도 안 피웠어 일곱 살 생일을 치른 후에 신태의 머리칼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우철의 혼이 달리고 있다. 좌익운동에 가담하여 살해당한 남동생 우근을 생각하고,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자문
이신철은 고개를 숙이고, 무당의 눈길은 그의 어깨를 포착한다. 이신철 ……아무 것도 모릅니다. 무당2 할배, 이
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 10 무당이 벽이 무너져내리듯 쓰러져 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울릴 장소가 없을 듯한 그
문으로 밤바람이 불어들고, 북과 징을 두드리는 무당들의 손에 힘이 주어진다 박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유미리는 볕에 타 가무잡잡한 중년 여자인 무당의 얼굴에서 할아버지의 표정을 읽어내려 한다. 무당3 안 만나
제단 앞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유미리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유미리는 카디건의 소매로 땀을 닦는다.
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6) 심야 영시, 3월 중순인데도 내쉬는 입김이 하얗다. 혼을 불러들이기 위해 문을
잃어버린 얼굴과 무수한 발소리 5 무당 세 명과 박수 한 명이 이우철의 혼을 불러 씻김굿을 시작하려 한다. 박수가 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