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숟가락 즙을 더 뜨려는데 고하나가 맥없이 고개를 젓고는 몸을 비틀면서 흐느꼈다. 나미코는 모포 밖으로 삐져
나미코는 이불 밑을 더듬어 깡통따개를 찾아 오른손에는 귤 통조림을, 왼손에는 깡통따개를 들고 복도를 걸었다. 다들 자
발끝을 쭉 펴 보았지만, 발에 닿은 유탐포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두 장밖에 없는 모포를 몸에 둘둘 말고 몇
나미코는 누운 채 위생 색으로 손으로 뻗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새어들었다. 열은 아직도 높을 텐데, 뜨거운
남자가 사정을 하고 나미코의 입에서 몸을 떼어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남자가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방법이 있지, 쓰 러(죽일 거야), 쓰 러, 라고 벌집을 만들어놓고 하는 수밖에, 나중에 헌병
1944년 3월, 밀양강 강가에서 아낙네들이 우철이 징병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했다고 수군덕거린다. 동생 우근은 달리기
“…고향에 돌아가면 전부 잊어버릴 거야. 나미코도 이곳에서 있었던 일 다 잊어버리고, 나하고 같이 인생을 다시 시작
“…빨간 벽돌집은 피 칠이 됐어도 모르니까, 만지면 미끄덩거리고. 시체가 둥둥 떠 있는 강물로 밥을 지었더니, 밥
보라 용사의 빛나는 얼굴 적 섬멸의 일념 불길처럼 타오르니 이 산 저 산에 메아리치는 포성 소리 우레 같은 함성 소
“‘어떻게 된 거야, 가토! 깔보고 있잖아!’하고 중대장이 고함을 질러서, 짱꼴라 눈을 노려보면서 칼 잡은 힘에
“돼지를 징발하고는 집을 태워 통구이를 한 적도 있었어. 중대장이 여기는 항일분자 집이니까 불질러 버리라고 명령
“사방이 온통 진흙탕…나무도 말뚝도 없어서, 안장을 내려 말을 묶어둘 수밖에 없었어. 모포 둘둘 말고 배낭에
“하지만… 나 같은 게 어떻게….” 담배 연기가 목에 걸려 나미코는 컹컹 기침을 했다. 빨리 끝내! 다들 기다린다고!
“이름이 뭐지?” “마음대로 부르세요.” “좋아 그럼, 미도리라고 부르지.” “…누구 이름인가요?”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