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책이 정말 많다. 이미 많은데 신간까지 매일 쏟아진다. 온갖 책이 가득한 대형서점에선 선택의 곤란함을 겪는 사람이 꽤 있다.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를 고르거나 유명 저자의 책을 구입함으로써 곤란함을 비켜갈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책만 읽은 사람은 머리끝에서 발끝까…
혜화동 가을은 어디나 낙엽이다. 늦은 오전에 쓸어놓고 오후 서너 시가 되면 가게 앞은 다시 낙엽으로 가득해진다. 신촌에 있던 서점을 혜화동으로 옮긴 후 처음 정 붙인 게 낙엽이었다. 내가 시인이라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 시집서점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십상이겠지만 낙엽을 좋아해본 것도…
연희동으로 책방을 이전한 뒤 이곳에 무엇이 없는지 자주 떠올립니다. ‘어떤 요소가 있는지’로 정의되는 서점도 있지만, 근래의 작은 책방들은 주로 ‘무엇이 없는지’로 정의된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부터 작가들이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해 왔습니다. 내년이면 10년 차가 되는…
‘시옷서점’은 2017년 만우절에 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처음엔 잘 믿지 않았다. 시집만 파는 서점이라니. 서점에 온 사람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이런 주택가 깊숙한 곳으로 누가 오겠니. 커피나 맥주를 팔아야 하지 않겠니.” 자신이 구독하는 문예지를 받을 주소를 우리 서점으로 …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다른 이도 좋아해줄 거라고 기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내 얘기를 한 귀로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거나, 얼른 자신의 ‘최애’ 작가 얘기를 쏟아내려 워밍업할 뿐이었다. 하물며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팔고 싶다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닌 이상, 포기하는…
처음 이 책을 펼친 곳은 책방 구석의 내 자리였다. 책상 위 잡동사니를 무심하게 옆으로 밀어 놓은 채 불편한 자세로 책을 읽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책상 정리를, 아니 책방 대청소를 했다. 무질서의 세계 속에 있는 질서를 신봉하는 나를 움직이게 만든 이 책은 …
금호동(서울 성동구)이 달동네에서 아파트촌이 되어 버린 지금도 눈을 감으면 골목 어귀의 정경과 이어진 길들이 떠오른다. 비탈길을 오르면 누구의 집은 감나무 열매가 무르익고, 또 어떤 집은 해마다 붉은 장미가 담벼락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졌다. 대문이 활짝 열린 집 안 마당은 빨랫감이 척…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조작(?)하기는 매우 어렵다. 적지 않은 돈을 써서 사재기를 하거나 독자가 거부하기 힘든 ‘굿즈’를 끼워 파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작은 동네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비교적 개입이 수월하다. 서점 주인의 의지와 정성만 있다면 말이다. …
《골목과 골목 사이 숨어 있는 자그마한 책방만큼 정겨운 풍경이 또 있을까요? 잘 안 팔려도 오래도록 진열해놓고 싶은 책,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와는 다른 ‘우리 동네 베스트셀러’…. 전국 동네서점 주인장들이 ‘동네 책방의 진열대’를 소개합니다.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책만큼 애달픈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