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이불 속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생활을 털어놓는 것을 불편해한다. 성병이란 피부와 생식기에만 집중된 은밀한 문제이고 한두 번 경험한 사람들은 의사에게 드러내지 않고도 잘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성병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감염까…
올해 초 55세 여성 환자가 치과를 찾았다. 약 1년간 한의원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까지 안 다녀본 곳이 없다며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최근 스트레스와 통증이 심해지면서 몸무게가 많이 줄었고 기운도 없으며 우울증까지 왔다고 했다. 병명은 턱관절 장애였다. 치과에서 진료를 하다 보…
의사로서 암 환자를 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암 진단을 사망선고처럼 받아들여 무작정 겁을 먹는 환자, 복잡한 치료를 앞두고 절망하는 환자들을 격려하고 다독여야 한다. 일반적인 암 환자와는 다르게 갑상선(갑상샘)외과에서는 가끔 의사보다 느긋한 환자 때문에 당황하기도 한다. 갑상…
췌장암으로 세상을 등진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그중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킨 유명인으로는 패트릭 스웨이지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여배우 데미 무어와 도자기를 만드는 장면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영화 ‘사랑과 영혼’의 남자 주인공이었다. 그는 영화에서 사고로 숨진 뒤 무어와 영혼을 …
얼마 전 28세 청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5년 전 처음으로 뇌전증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뒤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약물치료가 잘되는 모범적인 환자였다. 늘 밝은 모습이었던 그가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이어서 걱정이 됐다. 이유를 물었더니 최근 …
지난해 초 65세 남성 환자가 진료실에 왔다. 10년 전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건강검진을 받다가 위암이 발견됐다. 이 환자는 얼마 뒤 위암과 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 몇 달 뒤 합병증으로 재수술을 받기도 했다. 당뇨의 치료효과는 적어도 6개…
바깥활동을 하다 다쳤다는 외래 환자들이 붐비고 있다. 몸을 제대로 풀지 않고 의욕만 앞세워 뛰다가 인대가 파열된 사람이 꽤 많다. 최근에도 18세 고교생이 축구를 하다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돼 찾아왔다. 점프 후 착지를 하다가 다리가 꺾이면서 우두둑 소리가 났는데, 그 후 무릎이 심하게 …
최근 병원을 찾은 환자로부터 황당한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65세 허리디스크 환자였던 A 씨는 자신이 처음 방문한 디스크 전문병원에서 비수술 치료법인 신경성형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증세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며 다시 한번 시술해 줄 것을 요구했다. 디스크 전문병원보다는 대학병원…
수년 전 어느 날 진료를 위해 아침 일찍 외래진료실로 향했다. 미혼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내 뒤를 따라 바로 쫓아 들어왔다. 진료 시작시간이 아직 20여 분 남아있을 때였다. ‘무슨 심각한 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환자와 마주 앉았다. 그 젊은 여성은 앉자마자 눈에 눈물을 가득 …
비만클리닉에 67세 남성 환자가 찾아왔다. 현재 고혈압과 이상지혈증 치료를 받는 중인데 배가 자꾸 나오니 아무래도 복부비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해 보니 내장 지방량이 많은 복부 비만이었다. 근육량은 많이 줄어 있었다. 그는 혼자서 저녁을 굶는 다이어트를 수년간 해왔지만 체중은 줄…
얼마 전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는 만성 B형간염 환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약 4년간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해 치료 경과가 좋았지만 1년 전부터 별 증상도 없고 약을 오랫동안 먹기가 지겨워 스스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였다. 진찰해 보니 황달과 심한 부종까지 관찰됐…
얼마 전 어떤 고등학교 야구선수가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경험을 소개한 기사를 읽었다. 수면 시간은 단 3시간, 코피가 쏟아지면 휴지로 코를 막고 공부를 계속했다. 1주일에 사나흘은 코피를 쏟았고, 문제집은 눈물과 코피로 얼룩졌다는 내용이다. 독자들은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한 학생에…
얼마 전 베트남 출신 여성이 눈물을 글썽이며 6세 아이를 진료실에 데리고 왔다. 그는 “우리 딸은 말을 잘 못한다. 내가 한국말을 못해 제대로 못 가르쳤다”며 자책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한국말을 꽤 구사했다. 다만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아이는 지능이 조금 낮았고, 언어발달에 어…
얼마 전 간암에 걸린 친한 고향 후배가 응급실에 왔다. 필자가 간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후배는 평소 술자리가 많은 영업직에 종사한다. 지방간에 B형간염 보균자였다. 몸 관리를 잘하라고 자주 주의를 줬지만 업무 때문인지 소홀했던 것 같다. 결국 B형 간염, 간경화, 간암에 이르는 소위 …
“선생님! 허리 디스크가 있는데 수술은 무섭고 주사로 치료하고 싶어요. 그거 뼈 주사죠? 계속 맞아도 되나요? 안 좋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통증클리닉을 방문한 요통 환자 대부분이 던지는 질문이다. 잘못된 의학 상식에서 나온 질문이다. 허리가 아픈 환자는 흔히 자신의 병명을 ‘허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