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며칠 앞둔 1999년 12월 20일.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찬 서울 종로구 혜화동 젊음의 거리 옆 서울대병원에 얼굴빛이 검누런 여고생이 들어섰다. 복수가 가득 차 볼록한 배와 황달을 감추기 위해 구부정하게 걷는 습관이 몸에 밴 열여덟 살. 태어났을 때부터 담즙이 간에서 빠져나가…
“5개월 동안 치료했는데도 종양이 계속 커지고 있어요. 우리 남편 좀 살려주세요, 교수님!” 2010년 6월 정양국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56)를 찾아온 중년 여성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환자인 이모 씨(47)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과 X선 촬영 영상…
“어느 날 제가 치료했던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어머니에게서 편지가 왔더군요. 아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 드디어 대학을 졸업한다고….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죠.” 2011년 2월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부원장·호흡재활센터 소장)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척수성근위…
“그야말로 ‘종합병원’에 해당되는 환자였죠.” 매해 1만5000명 이상의 난임 환자를 진료하며 난임 치료의 대가로 불리는 양광문 제일병원 난임생식내분비과 교수(50)는 2013년 7번의 유산 끝에 찾아온 김모 씨(43)를 잊지 못한다. 김 씨가 습관성 유산 및 난임 환자에게서 보일…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이 살리지 못한 환자를 애써 잊고 싶어 한다. 자칫 트라우마로 남을 경우 마음에 큰 짐이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사업단장(신경외과 교수)은 지금은 고인이 된 조한선(가명) 씨를 매일 기억하고 또 기억한다. 언젠가는 악성 뇌종양 같은 난…
“가성(假性) 장폐색증은 희귀 질환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편에 속합니다. 원인도 알려지지 않았죠. 그렇다 보니 치료도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는 만날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가느다란 팔다리에 너무 말라 눈이 유독 커 보였던 이찬혁 군(11). 2013년 처음 수술을 받은 후 올해에…
‘아이고, 큰일 났구나.’ 유방암 치료의 대가로 손꼽히는 문병인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55)은 이영신 씨(58)가 처음 병원을 찾은 2012년 8월의 그날을 아직 잊지 못한다. 정확한 검사 전이었지만 이미 가슴에서 지름 8cm 크기의 혹이 만져졌다. 암 환자 중에서도 …
‘버거스병.’ 10만 명당 8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 발병하면 동맥이 막혀 발가락부터 썩어 들어가고, 왜 발생하는지 아직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아 예방도 어려운 병. 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어 모든 버거스병 환자가 낫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태승 분당서울대병원 혈관외…
2013년 7월 새내기 회사원 정재민 씨(26)의 지옥생활이 시작됐다. 정 씨는 허리에 통증을 느껴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는 “척추 쪽이 이상한데 큰 병원을 가보라”고 말했다. 정밀진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허리에서 바로 이어지는 엉치 척추뼈가 녹아 …
“아무리 베테랑 외과의사라도 100세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암 수술을 한다는 건 쉽지 않죠. 외과의사 생활 중 가장 보람이 깊었던 일입니다.” 김준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64)는 2011년 12월 15일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시 102세로 대장암 2…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이명덕 소아외과 교수(67)는 1983년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로 연수를 갔다. 당시로선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는 소장 이식 수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장기 이식의 경우 신장은 1954년, 간은 1963년, 심장은 1967년 이식 수술이 세계에서 처음 성…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김용진 교수(44)는 병원에 재직한 11년 동안 3000여 건의 수술을 진행한 위 전문가다.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위 크기를 줄이는 위절제술 등을 한 해에 250건 넘게 했다. 이런 김 교수에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환자가 있다. 바로 201…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변석수 비뇨기과장(48)은 2011년 2월 1일을 잊을 수 없다. 이날 대구에서 온 성지영(가명·당시 43세) 씨는 임신 8개월이었는데, 지역 병원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고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변 교수를 찾아왔다.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만난…
《 생사(生死)의 순간과 수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의료인들. 때로는 환자의 쾌유를 보며 환호하고, 때로는 최선을 다하고도 좌절의 아픔을 맛본다. 500g 정도의 초미숙아를 헬기로 이송해 생명을 구한 소아과 의사, 암에 걸린 임신 8개월 여성을 수술해 아이와 여성을 모두 살려낸 비뇨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