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지인 이야기다. 부동산을 팔고 현금 1억 원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강도를 당할까, 잃어버릴까, 주변 모두가 의심스럽고 불안했다고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독점하고 있으면 불안하다. 권력을 찬탈당할까, 주변 사람들을 항시 경계하고 불신한다. 조선의…
가을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콧물을 쏟아내고 연신 재채기를 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감기 또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쪽인지 구분 짓기는 쉽지 않다. 이들 증상을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콧물의 상태를 보는 것이다.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코…
“아야, 아야, 장모님….” 신혼 첫날 신부 일가나 동네 청년들이 신랑을 거꾸로 매달고 발바닥을 방망이로 때리면 신랑은 장모를 찾으며 비명을 지른다. 오랜 세월 내려온 우리 민족의 풍속 중 하나다. 고려 말기에 신랑이 신부 집에서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남침연(覽寢宴…
“나뭇잎들이 축 늘어져서 허덕허덕하도록 더웁다. 이렇게 더우니 시냇물인들 서늘한 소리를 내어 보는 재간도 없으리라.” 시인 이상은 수필 ‘권태’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낮 더위는 힘들었어도 여름밤은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 멍석 위에 모여…
“머리털이 노랗게 시들어갈 때는 곰의 기름을 발라주고 빠질 때는 곰의 골수로 기름을 내어 발라준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탈모 처방 중 일부다. 탈모 치료에 곰 기름을 쓴 기록은 로마 시대에도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연인 시저의 대머리에 곰 기름을 발라줬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 치료 …
이명이나 어지럼증은 완치가 힘든 난치질환으로, 예방이 최선인 질환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도 “성인(聖人)은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병을 파악하여 예방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렇게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병의 전조증상을 …
광해군은 나름 별미를 즐겼다. 실록은 ‘사삼 각로 권세가 처음에 중하더니 잡채 상서 세력은 당할 자 없구나’ 하였는데, 각로 한효순의 집에서는 사삼(沙蔘)으로 밀병을 만들었고, 상서 이충은 채소에다 다른 맛을 가미하였는데, 그 맛이 희한하였다. 한효순이 만든 사삼은 더덕이다. 한약재 …
풍수지리설의 근거가 되는 ‘풍수(風水)’라는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다. 직역하면 감출 장(藏)에 바람 풍(風), 바람은 감추고 물을 얻는 곳을 가리킨다. 겨울 한파를 몰고 오는 북서풍은 막아주면서 농사지을 물은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곳, 의역을 하면 바람이 잦고 물이 풍…
‘국민 화가’ 박수근의 그림 중 ‘아기 업은 소녀’라는 작품이 있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기를 업고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은 그의 여느 작품처럼 한국적 정서와 서민의 애환을 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아기를 등에 업은 젊은 엄마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모차에 태우고 다…
조선 14대 왕인 선조는 임금 자리에 오른 직후 극심한 콤플렉스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중종의 서자 덕흥군의 셋째 아들이었던 그는 조선 최초로 방계 출신의 왕이 되면서 시작부터 정통성 문제에 휩싸였다. 이율곡, 이황, 이순신, 이항복, 이덕형, 허준, 류성룡 등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
영조는 임금 자리에 오른 지 3년부터 치통으로 고생했다. 잇몸이 붓는 증세가 특히 심했다. 풍열(風熱)이 가득 찬 것이다. 치아와 잇몸은 치주 인대로 단단히 붙어 있다. 열이 생기면 틈이 벌어져 이물질이 끼면서 염증이 생기고 붓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그 기록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치…
조선 4대 왕 세종대왕의 평소 건강 상태에 대해 실록은 ‘비중(肥重)’ ‘건습(蹇濕)’이라고 표현했다. 요즘 말로 하면 비만이거나 과체중이었고, 다리를 절었다(蹇)는 뜻이다. 세종은 한쪽 다리를 저는 관절염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노루 뼈가 든 법주를 내의원으로부터 처방받아 자주 먹었다…
경종이 이복동생인 영조를 왕세제로 책봉한 것은 조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건 중 하나다. 경종의 어머니는 희빈 장씨(장희빈)로 중전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지만, 영조의 어머니는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로 천한 신분이었다. 게다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상대로 저주의 굿판을 벌인…
효종 재위 3년 10월, 조선왕조실록은 임금의 “죽인다”는 막말에 대해 날을 세워 비판한다. 조선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참찬관 이척연은 “지난번 경연 자리에서 ‘죽인다(誅殺)’는 말씀까지 하셨다고 하니 신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라며 왕의 과격한 언사에 대해 따졌다. 5…
예로부터 ‘건강한 강아지를 사려면 코가 촉촉한 강아지를 사라’는 말이 있다. 옛 사람들이 면역에 있어 코의 점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의 점액, 즉 콧물은 우리 몸에서 이물질을 걸러내는 첫 관문 기능을 한다. 끈끈한 점액은 면역글로불린, 호산구, 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