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과 왕비에게 부여된 가장 큰 책무는 후계자를 낳는 것이었다. 영조가 왕이 되기 전 연잉군 시절에 낳은 효장세자(1719∼1728)는 일찍 세상을 등졌다. 이후 영조는 모든 국가적 의료 시스템과 음식보양법, 생활방법 등 의료 지식을 총동원해 왕자 생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
요즘 꽃놀이라면 벚꽃이나 장미가 최고인줄 알지만, 동양에서 꽃의 왕은 모란(목단)이고 꽃의 재상은 함박꽃(작약)이다. 모란은 꽃의 왕답게 계절의 여왕인 5월에 핀다. 재위 17년, 태종은 격무로 바쁜 와중에도 형님인 상왕 정종을 모시면서 “지금 모란꽃도 활짝 피었으니 좋은 때를 헛되게…
귀는 차가운 기관이다. 뜨거운 물건을 만지면 귀를 잡는 것도 귀의 본질이 차기 때문이다. 열을 받으면 귀는 빨개진다. 속마음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속마음에 화가 있거나 분노가 있으면 귀는 소리를 내거나 통증을 유발한다. 한의학에선 귀의 통증을 이통(耳痛) 혹은 이동(耳疼)이라고도 한…
최근 영화 ‘미나리’가 많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실제 미나리는 한국인의 강인한 근성을 잘 드러내주는 특별한 채소다. 연꽃처럼 더러운 물을 정화하면서도 사철 청정한 푸른빛과 향기를 유지한다. 악조건을 이기고 다시 일어나는 한국인의 악바리 근성을 똑 닮았다. 남도의 봄은 미나리와 함께 …
인조 재위 10년 임금의 어머니인 인헌왕후가 몸에 고열과 오한, 변비로 자주 쓰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유의(儒醫) 윤선도는 어의들과 상의한 후 응급처방으로 인삼만을 달인 독삼탕으로 생사의 문턱에 서 있던 대비를 구했다. 병의 원인은 심화(心火), 요즘 말로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는 중종의 계비다. 연산군을 내쫓은 반정 공신들은 중종과 그의 첫 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 씨를 강제로 헤어지게 했다. 신 씨의 아버지 신수근이 연산군과 처남매부 사이였고 반정을 반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종의 두 번째 부인은 장경왕후로 인종을 낳고 난 후 출산후…
병자호란의 상흔이 아물기 시작한 1641년, 재위 18년을 맞은 인조는 심한 가려움과 구토 증상을 호소했다. 어의들은 두 증상의 원인을 마음의 병에서 찾았다. “구토가 심해지면 가려움증이 약해지고 가려움증이 심해지면 구토가 약해지는 것은 겉과 속이 상응하는 것으로 심화(心火)가 극심해…
손발이나 허리, 등, 무릎 같은 신체의 특정 부분이나 전신을 파고드는 냉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냉증’이라고 부른다, 냉증이 있는 사람들은 여름에도 두꺼운 양말을 신거나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을 싫어하고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는다. 코로나19가 창…
얼마 전 택시를 탔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다. 불편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고 난 후 목이 결리고 뻣뻣해져 곤욕을 치렀다. 처음에는 멀쩡하다가 나중에 통증이 심해지는 이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어혈증(瘀血症)이라고 한다. 어혈은 생리적인 혈액이 타박이나 생리 스트레…
조선의 장수 임금 영조는 고기도 싫어했고 비린내 나는 생선도 먹지 않았다. 입맛이 까탈스러운 임금이었다. 영양 보충을 위해 그가 찾은 대안은 엿이었다. 재위 13년 제조 조현명이 소화력이 떨어져 허약해진 영조에게 엿을 권유하자 “나도 아주 좋아한다”며 흔쾌히 받아들인다. 까칠하고 성깔…
코로나19 유행 이후 기침 한번 편하게 한 사람이 있을까. 기침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건만, 요즘은 그 자체로 중죄인 취급을 받는다. 효종은 담대한 북벌론을 내세웠지만 재위 10년을 겨우 채우고 생을 마감한 임금이다. 용상에 오른 후 그를 내내 괴롭힌 것은 소갈…
현종은 평생 종기를 달고 살았다. 재위 10년이 되자 뒷목과 쇄골 부위를 둘러싸고 종기가 연달아 생기면서 목숨까지 위협했다. 현종은 지루하게 계속된 예송논쟁 속에서 송시열 윤선도 같은 신하들에 휘둘리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말이 논쟁이지 정통성 시비인 만큼 물러설 수 없는 논…
한의학에서 말하는 화증(火症)은 성격이 급한 이에게 주로 생긴다. 숙종은 얼마나 화를 냈는지 신하들이 ‘벼슬 얻는 것을 형벌처럼 여기고 왕을 보기가 무서워 벌벌 떨었다’고 한다. ‘마음이 답답하여 숨쉬기가 곤란하고 밤새도록 번뇌가 심하여 수습할 수가 없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숙종…
요즘같이 무덥고 습한 여름날은 잠들기가 쉽지 않다. 조선시대라고 달랐을까. 조선의 왕궁 사람들도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그들에게는 귀비탕(歸脾湯)이라는 탈출구가 있었다. 귀비탕은 정신을 안정시키며 비위(脾胃)를 든든하게 하는 보약으로 신경쇠약, 불면증, 건망증의 치료에 쓰는 처방이다. 조…
요즘 면역 증강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고려인삼은 조선 후기에도 동아시아 제국들이 공히 인정하는 최고의 약재였다. 조선 조정은 일본과의 인삼 밀무역을 엄격히 통제했다. 17세기에는 10근 이상 밀무역을 한 사람은 목을 벤다는 법령도 있었다. 그만큼 고려인삼의 약효가 컸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