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말년 임금의 어깨와 팔 통증이 심해지자 의관들은 통증 부위에 집중적으로 뜸을 뜨고 부항을 할 것을 권했다. 노쇠해진 왕의 어깨는 기혈의 유통이 막히면서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치료 경험담을 임금 앞에서 늘어놓았다. 아픈 부위에 뜸을 뜨거나 부항을 …
예부터 우리의 소주(燒酒)는 독주로 악명이 높았다.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의현이 북경을 다녀온 뒤 쓴 ‘경자연행잡지’를 보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소주는 연중(燕中) 사람들은 너무 독하다고 해서 마시지 않고, 마셔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소주 빚는 집 위에 …
감기의 옛말은 ‘고뿔’이다. 코에 불이 났다는 뜻. 이를 의미 그대로 한자로 바꾸면 ‘비염(鼻炎)’이다. 요즘은 코에 생긴 염증을 통칭 비염이라고 일컫지만 조선시대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승정원일기에서는 뿔 각자를 써 ‘비각(鼻角)’이라 불렀다. 영조는 어의들에게 자신의 병을 솔직하게…
조선왕조실록을 뒤지다 보면 선조만큼 침을 많이 맞은 임금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그를 괴롭힌 편두통에는 꼭 침이 사용됐다. 실록의 기록들을 보면 그가 얼마만큼 두통에 시달렸고 침에 의존했는지를 알 수 있다. ‘선조가 고질병인 두통이 요즘 덜하나 침이 없으면 지탱하기 힘들 듯하다고 하…
심한 어지럼증을 한번 경험한 이들은 언제 어디서 증상이 재발할까 불안하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외출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몰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심각한 질환인데 의사가 알아주지 않는다’며 닥터 쇼핑을 하거나, 심한 경우 ‘이대로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심으로 대수롭지 않은…
조선왕조실록의 역병 조문을 정리하면 1392년부터 1864년까지 470여 년간 모두 1400여 건의 역병이 검색된다. 1420년 시작된 조선 전기의 전염병은 황해도와 평안도 등 이북지역에 집중됐다. 백성들은 역병이 낳은 기근과 전염의 공포를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떠났는데, 곡창지대인 …
한의학의 탄생은 전염병과 관계가 깊다. 한나라의 명의 장중경(張仲景·150∼219 추정)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은 전염병으로 죽어간 가족의 치료 처방을 모은 것이다. 장중경은 동양의학의 시조이자 ‘의성(醫聖)’으로 추존되는 인물로, 상한잡병론은 동양 임상치료학의 명저다. 조선의 한의…
‘비위(脾胃)가 상한다’거나 ‘비위를 맞춘다’는 옛말이 있다. 비위는 의학적으로 지라와 위를 뜻한다.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옛날부터 비위, 즉 소화기의 건강이 마음의 상태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봤다. 실제 위벽에는 무수한 신경 네트워크가 깔려 있다. 스트레스는 위벽의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숙종 재위 27년 10월 10일 장희빈이 사사(賜死)됐다. 어머니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세자(후일 경종)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나이 14세. 많은 대신들은 연산군의 전례를 걱정해서인지 장희빈의 처형을 강력히 반대했다. 영의정 최석정은 “하늘이 무너질 듯한 놀…
북벌론으로 유명한 효종은 나이 서른이 되던 즉위년(1649년)부터 지금의 당뇨병인 소갈병(消渴病)을 앓았다. 황금탕, 양혈청화탕, 청심연자음을 복용했는데 모두 동의보감에 쓰인 소갈병 처방이다. 효종은 우암 송시열이 상소로 나무랄 만큼 식탐이 심했다. 그 때문일까. 효종의 건강은 즉위 …
갑작스러운 영하의 날씨에 감기에 걸리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조선 임금들의 감기는 점잖게 감모(感冒)라 했다. 감기는 꾀병으로 쓰이기도 했다. 조선의 ‘모범생 임금’ 세종은 꾀병으로 감기를 앓았다. 중국 사신들 무리에 열병이 돈다는 소문을 듣고는 신하들과 거짓으로 병을 만들어냈다. …
조선 최고의 장수왕 영조는 83세로 숨을 거두기 전 15년 동안을 건망증과 치매로 고생했다. 영조 나이 67세였던 재위 37년부터 기억력이 예전만 못 하다는 기록이 곳곳에서 나온다. 늙어서 정신이 흐릿하다는 뜻의 ‘혼모(昏耗)’ ‘망각(忘却)’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나이가 들면…
“늦은 저녁부터 가래와 어지럼증이 더욱 심해지고 눈꺼풀이 감겼다 열렸다 하며 손발의 온도가 여느 때와 다르십니다. 이는 필시 가래가 (목을) 막아 그럴 것입니다. 백비탕(百沸湯)을 먼저 드시고 계귤다(桂橘茶)에 곽향 한 돈을 더해 달여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선 최고의 장수대왕 …
전쟁은 사람 몸에도 상흔을 남긴다. 면역 기능이 무너지면서 잦은 감기에 시달린다. 선조는 임진왜란·정유재란 이후 계속된 감기의 후유증으로 콧물이 목 뒤로 흐르는 후비루(後鼻漏)로 고생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코 질환은 여러 종류다. 코가 막히는 비구(鼻f), 콧물이 흐르는 비체(涕),…
왕위에 오른 지 14년 만에 장희빈에게 얻은 세자 윤(훗날 경종)은 숙종에게 금지옥엽이었다. 숙종 재위 15년 11월 첫돌을 넘긴 세자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지자 궐에 난리가 났다. 숙종은 어의와 제조들을 불러 경기를 멈출 방안을 물었다. “세자 처소가 너무 더워서” “유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