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항문을 점잖게 ‘백문(魄門)’이라고 표현한다. ‘마음의 하수구’ 정도로 풀이된다. 쾌변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말이다. 조선 제20대 왕 경종이 어머니 장희빈을 잃고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할 때 대변이 잘 나오게 하는 ‘대황’을 처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왕의 건강을 책임지는 …
조선의 4대 왕인 세종은 54세에 승하했다. 69세에 죽은 맏형 양녕대군이나 92세에 임종한 둘째형 효령대군보다 훨씬 단명했다. 실록 등 각종 기록이 전하는 세종의 실제 모습은 1만 원권 화폐에 나오는 어진(御眞)과는 거리가 멀다. 실록은 세종에 대해 ‘비중(肥重)’ ‘건습(蹇濕)’이…
호사가들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탄생 이후 한의학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 이면에는 그것의 효과가 녹용의 보양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이 똬리를 틀고 있다. 조선 왕위는 후기로 갈수록 적자 승계가 드물어지면서 왕자들의 경쟁이 줄었다. 대를 잇기에 급급했다. 헌종과 철종은…
병자호란은 인조에게 삼전도의 치욕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란이 끝난 이후에는 청에 포로로 잡혀갔다 조선으로 도망 온 사람들을 잡아 다시 돌려보내는 ‘쇄송(刷送)’ 문제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당시 쇄송의 참상을 실록은 이렇게 전한다. “이역 땅에 잡혀가 돌아온 백성을 도적들처럼 결박하…
조선 19대 숙종(1661∼1720) 재위 44년(1718년) 고령의 임금은 자주 감기에 걸렸다. 그해 가을(9월 27일), 맑은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나면서 열이 심해지자 어의는 한약 대신 차처럼 마시는 다음(茶飮)을 권했다. 어의가 권한 감기의 비방은 바로 금은화였다. 인조도 재위…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는 인조 16년(1648년) 15세의 나이에 왕후로 책봉됐다. 인조와 나이 차는 무려 29세, 하지만 인조는 후궁 소용 조씨만을 총애했다. 그 때문일까. 인조와 22세 때 별거한 후 독수공방하며 한 많은 삶을 마쳤다. 인조 23년 실록에는 “후궁 조소용의 이간질 …
승정원일기와 실록은 임금이 잠 못 이룰 때 증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승정원일기에만 침수라는 단어가 2만7210회 나온다. 조선 임금들의 수면장애가 극심했다는 얘기다. 한방에선 머리가 뜨거우면 불면증에 잘 걸린다고 본다. 열대야가 계속되면 쉽게 잠을 못 자는 이치와 같다. 숙종은 조선 …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없고, 얼음이 귀했던 조선시대, 조상들은 고작해야 바람이 부는 나무그늘 아래 멍석을 펴놓고 누워 쉬는 게 피서의 전부였다. 부잣집 양반들은 물에 넣어 시원하게 만든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달랬다. 서역에서 들어왔다 해 서과(西瓜)로 불렸던 수박은 임금이 성균관 유생들…
1795년(정조 19년) 6월 정조는 강화도에 유배 중인 이복동생 은언군 이인을 대궐로 불렀다. 신하들은 “역적의 화근인 은언군을 만나지 말라”고 간언했다. 그러자 정조는 “더위에 땀이 나는데도 황기를 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동생인 은언군을 만나는 일은 ‘더우면 땀이 나는 것’처럼 …
종기는 세종, 문종으로부터 효종과 정조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왕들을 가장 많이 괴롭힌 질병이었다. 효종은 종기에서 나온 출혈이 멈추지 않아 숨을 거뒀고, 정조는 종기를 치료하다 목숨을 잃었다. 한의학은 종기의 원인을 몸속에 쌓인 ‘화(火)’ 때문이라고 본다. 동의보감은 “분하고 억울한…
어지럼증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빠지지 않는 증상이 있다.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거나 체한 것 같은 느낌이다. 평소 구토증과 체증을 자주 호소하는 경우 어지럼증이 잦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장수한 왕으로 유명한 조선시대 영조는 어려서부터 어지럼증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과식하거나 조…
조선시대에는 지역 특산품을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제도가 있었다. 중국에서도 사라진 불편한 이 제도를 조선이 끝까지 고집한 것은 군주와 백성이 한 가족처럼 살겠다는 조선 특유의 가족주의 정서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백성들은 어버이 같은 군주가 먹고 건강해지기를 바라며 특산품을 진상했다. …
조선시대에는 사탕을 사당(砂糖)이라고 했다. 세종실록에는 ‘감자(甘蔗·사탕수수)는 맛이 달고 좋아서 생으로 먹으면 기갈(飢渴·배고픔과 목마름)을 해소하고 삶으면 사당(沙糖)이 되는데, 유구국(오키나와)은 강남(중국)에서 이를 얻어 많이 심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사당은 너무…
얼마 전 친구와 지인이 빚은 복분자주로 술잔을 기울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친구는 전날 먹은 복분자주를 구해 달라며 떼를 썼다. 복분자주는 농익은 검붉은 과실 대신 푸른색을 띤 덜 자란 열매로 만든다. 생동감과 힘이 농축된 미성숙 열매는 약재로 쓰고 달달하게 잘 익은 열매는…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동양의 탈무드라 불리는 채근담에는 ‘가정에 참부처가 있고 일상 속에 참된 도가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원만한 부부생활이 도 닦는 것만큼 어렵다는 의미.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 선생도 전라도 순천에 살았던 이함형에게 보낸 편지에서 재혼 후 부부갈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