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일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3명의 좀도둑이 경찰을 피해 오랫동안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으로 몸을 숨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빈 가게로만 생각했던 이곳에서 도둑들은 우체통을 통해 의문…
지난해부터 부쩍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용어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인공지능(AI)이 이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만큼은 명백하다. AI 시대에 도리어 주목받는 분야는 분명히 존재한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영상의학과는 예비 의사…
요즘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디저트를 고를 때 새삼 놀라곤 한다. 빨간 과육 부분보다 녹색 껍질 부분이 더 길어진 ‘거꾸로 수박바’, 요구르트 얼려 먹기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뚜껑 달린 파우치 형태로 제작된 ‘얼려 먹는 야쿠르트’…. 이런 ‘취향 저격’ 제품들의 등장에 소비자들의 반응…
‘5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뀌고 아내 얼굴이 바뀐다’ ‘대학 가서 미팅 할래, 공장 가서 미싱 할래’ 유의 말이 급훈이던 시절이 있었다. 고학력 백수가 널린 지금 기준으로 보면 실소가 나온다. 그럼 왜 공부를 해야 할까? 최근 읽은 책이 어렴풋한 실마리를 줬다. 지난해 6월…
‘그와의 만남에 그녀는 수줍어 고개 숙였고, 그의 소심함에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2000년)’는 1960년대 홍콩에서 배우자의 불륜 때문에 만나게 된 남녀의 엇갈린 인연을 그린다. 화양연화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뜻한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다녀왔다. 정보기술(IT) 혁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를 품은 도시답게 도시 전체가 ‘거대한 실험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의 서울 광화문에 해당하는 유니언스퀘어에 들렀을 때다. 목이 말라 한 커피점을 찾았다. 스타벅스나 지역 명물 피츠 커피처럼 유명한…
쨍쨍한 가을 햇볕 아래 밀짚모자를 쓴 20대 여성이 혼자 벼를 벤다. 요령껏 벼를 한 묶음씩 짚으로 엮어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모습이 ‘프로 농사꾼’이다. 지난해 키운 쌀로 만든 주먹밥을 먹으며 내년 먹을거리를 수확하는 여성의 얼굴은 평화롭다. 모리 준이치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얼마 전 ‘지구가 둥글지 않은 이유’라는 제목의 문서가 인터넷에 돌고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이 문서를 만든 사람은 지구가 완전히 평평하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수학과 물리 지식도 갖춰 다양한 증명 방법과 증거들을 가지고 와 복잡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얼핏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
“목동 산다고? 양치기 소녀네∼ 메에에에에에.” 한때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연애 고수’가 누리꾼에게 알려준 연애의 기술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연락처를 확보한 뒤 저런 문자메시지로 호감을 사라는 조언인데, 취지와 달리 꽤나 조롱을 받았다. ‘저렇게 유치한 문자에는 절대…
지인 중 같이 먹은 음식, 만난 장소, 동행을 일일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이가 있었다. 대단할 것도 숨길 것도 없는 일상이지만 같이 있으면 ‘트루먼 쇼’를 찍는 기분이었다. 넌지시 자제를 부탁하니 “뭐가 문제냐”는 반응만 돌아왔다. 자연스레 만남이 줄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
서울 강동구의 둔촌주공아파트는 1980년 태어났다. 지금은 노후화된 시설 탓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지만 한때는 깨끗하고 정갈한 아파트였다. 4개 단지에 5930채가 지어져 서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다. 37년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지난달 20일부터 재건축을 위한 …
생명과학계에서는 최근 ‘연구 규제 철폐’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발단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 팀이 발표한 연구 성과 때문이다. 이 연구팀은 인간 배아(8주 이전의 수정란)에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밝혔…
“이 멤버들과 결혼할 겁니까? (결혼하면) 당신들도 눈이 얇아질 겁니다. 하하.” 그는 마이크 쥔 손을 눈가에 갖다대더니 양 눈을 추켜올렸다. 며칠 전, 한국의 한 신인가수 그룹이 브라질의 TV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했다 겪은 일이다. 진행자 하울 질은 이런 제스처 외에도 “아시아인들…
※이 글에는 ‘덩케르크’와 ‘컨택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해 개봉 영화 중 두 편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인셉션’ ‘인터스텔라’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의 최신작 ‘덩케르크’와 ‘그을린 사랑’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다. 각각 전쟁 …
고백한다. 기자는 ‘육식주의자’다. 채소나 생선도 잘 먹지만 고기를 특히 좋아한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무더위에 기력이 빠질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도 고기다. 이토록 고기를 좋아하지만 동물 학대에 가까운 축산 환경이나 육식으로 인한 자연 파괴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화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