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가와 피분석자의 관계는 매우 긴밀(緊密)합니다.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하기 힘든 내밀(內密)한 이야기를 하고 듣는 사이입니다. 세상 어떤 사이보다도 마음과 마음의 거리가 가깝습니다. 분석의 힘은 거기에서 나옵니다.모든 관계에서 그러하니 관계는 ‘양날의 검’처럼 조심해서 다루지…
정신분석은 갈등에 사로잡힌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려고 받습니다. 모든 분석이 제대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분석가의 문제일 수도, 피분석자가 원인일 수도, 두 사람 모두가 자신들도 모르게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분석이 정체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제대로 진행되…
‘삶이 막막해서’ 분석가를 찾아옵니다. 자신을, 남들을 탓하는 것도 이제 소용이 없습니다. 무력감에 시달립니다. 고민 끝에 분석가를 만나도 말, 태도, 마음이 한결같지 않으면 믿지 못합니다. ‘한결같음’은 필수입니다. 첫 만남부터 분석 종결 후까지도 일관성을 지켜야 합니다. ‘변덕이 …
카우치는 기다란 소파로 분석의 상징입니다. 누우면 천장만 보입니다. 앉아서 마주 보는 것보다 몸, 마음, 눈길이 편안합니다. 분석가는 머리맡에 앉아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카우치는 주로 무채색이고 무난한 모양의 것입니다. 마주 보고 앉아도 분석은 가능하나 카우치…
거짓말을 반박하는 말이 들리면 거짓말을 또 해야 합니다. 자신의 말을 정당화하고 평판과 체면을 지키려면. 되풀이할수록 거짓말은 능숙하고 편안해집니다. 있는 것을 없다고,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면 됩니다. 집단 거짓말일수록 세상이 믿도록 계획하고 전략을 쓰고 방어합니다. 그러다가 허언(…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이름을 들으면 ‘이중구속’ 이론이 떠오릅니다. ‘구속’은 ‘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함’, 법률에서는 ‘…강제로 일정한 장소에 잡아 가두는 일’을 말합니다. ‘이중구속’은 구속이 두 겹입니다. 정신분열병(현재는 조현병)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소…
귀는 듣고 입은 말을 합니다. 귀가 둘인 것은 말하기의 두 배를 듣기에 써야 한다는 뜻일까요? 정신분석가는 듣기 90%, 말하기 10% 정도로 피분석자에게 관여합니다. 말을 많이 하려는 욕구가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애써서 참습니다. 이끌지 않고 따라가면서 돕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피…
‘오이디푸스 왕’의 주인공은 태어나자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삼을 것이라는 신탁(神託·신이 전달한 뜻)의 두려움에 두 발이 묶여(‘오이디푸스’의 뜻은 ‘부어 있는 발’) 버려졌습니다. 아기를 양치기가 옆 나라 왕에게 바쳤습니다. 성장한 그는 친부모로 믿고 살아온 양부모를 해칠…
정신분석학의 역사를 보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창시자 프로이트는 두뇌가 명석했지만 출발점에서 시행착오를 상당히 겪었습니다. 신경해부학 그리고 신경생리학이 지배하고 있던 그 시기 의학계에서 ‘마음의 작용’, 보이지 않는 것을 파악하려고 시도하면서 마음고생이…
정신분석학은 ‘갈등(葛藤) 심리학’입니다. 갈등을 다루는 전문 분야입니다. 마음 안의 이드(본능, 소망), 초자아(이상, 양심, 처벌), 자아(현실, 조정)가 부딪치면 갈등이 생기고, 풀리지 않으면 장애가 옵니다. 갈등은 사람 사이, 집단 사이, 국가 사이에도 일어납니다. 갈등을 증폭…
증오라는 감정에는 휘발성이 있습니다. 현실 판단이 떨어지면 점화되고 활활 타오릅니다. 증오가 지나쳐서 스스로 안 되면, 외부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통제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누구에게 왜 어떻게 증오심을 품게 되었는지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
태어나서 살아가는 길에 당연히 자신을 사랑해야 하지만 반대로 스스로 해치려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살아가면서 두 방향의 삶을 본능적으로 지향합니다. 하나는 살려고 하는 방향이고,…
놀랐습니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소고기를 사러 갔습니다. 전혀 몰랐던 일입니다. 진열된 소고기에 등급이 있다니! 그때까지는 그냥 먹기만 했었지요, 고급, 중급, 하급이 있다고는 상상한 적이 없었습니다. ‘등급 외’는 물론 전시에 빠졌을 겁니다. 가격 차이가 커서 고민을 했습니다. 정신…
내가 하는 생각이 진정 내 생각인지 확신하시나요? 아무 생각 없이 남의 생각을 받아들여 내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살면서 나를 성찰한다면 남의 생각을 내 것으로 품고 있다고 깨닫게 될지 모릅니다. 자기 성찰 능력을 지닌 사람이 늘어날수록 세상이 평안해지겠지만, 돌아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관계를 맺는 것은 알게 모르게 서로 간에 주고받는다는 겁니다. 마음도 주고받습니다. 내 마음이라고 마음에 다 들지는 않습니다. 인정하기 싫은, 버리고 싶은 마음 한쪽을 남에게 던져 버리는 심리적 행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