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피하고 싶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 사람만, 그 일만 없으면 인생이 확 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자신의 인생 걸림돌이 전부 거기에 박혀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러니 걸림돌에서 멀어지려고 온힘을 다해 뛰어갑니다. 때로는 무조건 뜁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당장…
정신분석가는 리더십 전문가입니까? 이상하게 들리시나요? 아니기도 하고 그렇기도 합니다. 정신분석 경험에서 리더가 참조할 것들이 많습니다. 질문을 드립니다. 명령과 지시가 리더십의 핵심일까요? 명령과 지시는 에너지 효율이 떨어집니다. 늘 저항이 따라붙죠. 저항은 소통과 협력의 걸림돌…
만나면 결국 헤어지게 돼 있습니다. 사람, 물건은 물론이고 이사 가면 집과도 헤어집니다. 삶은 헤어짐의 연속입니다. 영원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명이 다하면 버려야 합니다. 물건과 잘 헤어지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집안이 엉망이 되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사람이 물건을 모시고…
칼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칼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대상의 모습을 관통하거나 갈라지게 해서 바꿉니다. 그리하여 실제 찌르지는 않아도 내 몸과 마음은 몰려오는 공포로 대책 없이 흔들릴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칼 든 사람은 이미 나를 해친 겁니다. 보…
인간의 마음은 무엇으로 움직일까요. 정신분석학 발달사를 보면 초기에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주장한 대표 동인(動因·사태의 원인)은 ‘리비도(libido)’였습니다. 리비도는 마음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때로는 프로이트를 매도하기 위해 성욕이라고 강조됐지만 ‘즐거움을 얻으려는 에너지’ 정도가 …
정신분석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빈 문화 속에서 지크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태어나 유럽, 서양문화를 자양분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현대 정신분석의 99%가 서양문화의 산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세월이 지나 정신분석이 동아시아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지금 서양의 정신분석과 동…
분석가 수련을 불가피하게 미국에서 받았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국제정신분석학회가 인증하는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수련 3대 과제 중에는 수련생 자신이 직접 받아야 하는 분석이 있습니다. 교육 분석가 다섯 분을 찾아가 만났습니다. 한 분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악역 같은 인상으로 너무 엄격해…
‘어른이 생존해 계실 때는 먼 기침 소리도 조심하던 후손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각자 큰소리를 낸다.’ 정신분석학 발달사는 이처럼 한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합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가 1939년 세상을 뜨기 얼마 전부터 정신분석학에는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너…
어지러운 세상이 계속됩니다. 방송과 신문은 연일 충격적인 소식을 전합니다. 성추행과 성폭력의 피해자, 가해자가 밝혀지고 논쟁과 변명이 이어집니다. 피해자는 참담했던 경험을 고통을 참으며 밝히고 가해자는 자신을 변호하기 급급합니다. 진작 밝혀졌어야 하는 일이 왜 이제야 드러났을까요. 사…
한 해가 지났습니다. 지난해에 후회 없이 사셨는지요? 후회 없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후회하려고 태어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만 하면서 그 의미를 알고자 하는 노력은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후회는 그 자체로도 마음과 몸의 에너지를 소비하…
누구나 귀가 있습니다. 귀가 있으니 듣습니다. 들은 것은 뇌가 최종 처리해서 반응과 대화가 이어집니다. 주로 말이지만 눈빛, 행동처럼 비언어적으로도 표현됩니다. 듣고 말하기는 정신분석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문명사회의 기반이 듣고 말하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
정신분석학은 히스테리 환자 치유라는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환자의 치유는 물론이고 인류 문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탄생 과정에서 빈의 내과 명의였으며 자신을 돌보아 주던 브로이어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히스테리 연구’를 공저로 …
세 살 적에 받은 마음의 손상도 평생 따라붙어서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니 뚜렷한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어린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은 개인, 가족,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매우 중요합니다. 봉합하면 회복되는 칼로 난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오래오래 갑니다. 취직이 …
고군분투(孤軍奮鬪) 속에 심리적 보상을 받은 경험을 공유합니다. 외국 대학의 정신분석학과에서 강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입국, 세관 서류가 없어 첫인상이 신선했습니다. 공항 밖으로 나가자 남자가 말을 걸어옵니다. “택시?” “네!” 구석으로 오라고 합니다. 아닌 것 같네요. 걸음을 재촉…
추석 연휴를 잘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늘 좋기는 어렵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경험일 겁니다. 가족(家族)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집안을 이루는 사람들”인데 피가 섞인, 유전자를 나눈 사이입니다. 그러니 물보다 진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