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러다 지구가 망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까지는 듣지 못하던 이 말을 최근 몇 달간 진료실에서 자주 들었다. 9월 날씨가 이래도 되나? 10월 날씨가 이래도 되나? 아니, 수능날에 이렇게 따뜻해도 돼요? 실제로 며칠 전 수능은 역대 가장 따뜻한 수능일로 평년보다…
진료실에서 의사들이 가장 자주 건네는 말이 ‘운동하라’일 것이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동일하다. 또한 최근 많은 사람이 스스로 진단을 의심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서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치료의 핵심인 약물이 한계를 보일 때도 있고, 운동 자체가 ADHD의 증상 개…
최근 몇 년째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질환은 단연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잦은 분실’ 등 ADHD에서 흔한 특징들이 널리 알려지며 스스로 진단을 의심하는 이들이 병원에 많이 찾아온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잦은 지각’인데, AD…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올해 여름 날씨는 그야말로 변덕스럽다. 땀을 뻘뻘 흘린 채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분의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창밖에선 엄청난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이내 어두워진 목소리의 독백을 자주 듣게 된다. “아 맞다. 우산….” 진료실에서는 유독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들을 …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흔히 말하는 항우울제는 현대 정신과 치료의 가장 기본적 도구다. 뇌 속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하는 이 약제는 우울증뿐 아니라 강박장애, 공황장애, 섭식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주된 치료제로 쓰인다. 안타깝게도 완벽하지는 않다. 우울증 환자분들이 자의로 약물…
언젠가부터 우리는 ‘폭식’이라는 말을 일상에서 정말 흔히 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가 폭식일까? 폭식의 사전적 정의는 ‘음식을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이 먹음’이다. 그렇다면 이 지나친 많음의 기준은 객관적인 식사량인 걸까? 그렇지 않다. 폭식을 결정하는 기준은 바로 ‘감정’…
“이런 문제도 정신과에서 진료를 해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게 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발표 불안’이다. 직종을 가릴 것 없이 남들 앞에 설 때의 불안 증세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지고, 얼굴은 하얗게 질리며 입이 바싹 마르고, 자신 있는 목소리를 내…
흔히들 알코올 중독이라 말하는 ‘알코올 사용장애’는 생각보다 더 흔한 질환이다. 보건복지부 시행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의하면 평생 유병률이 11.6%에 이른다. 전 인구의 9명 중 1명이 술로 인한 인생의 큰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자 중 단 2.6%만이 그…
의사들이 가장 큰 아쉬움을 느낄 땐, 병원에 늦게 찾아온 환자를 만날 때다.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마찬가지다. “좀 쉬거나 운동하면 낫는다고 주위에서 말하더라고요.” “정신과에 가면 무조건 약을 줄 건데,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들이 치료 적기를 놓치게 만든다. 모든 …
습관적으로 자기를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겸손해서가 아니다. 겸손은 자존감에서 시작되지만, 자기 비하는 열등감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신을 낮추어 말하려고 하는 걸까? 첫째, 자신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게 만들어서 마음의 부담을 덜고 싶은 생각이다. 둘째, “그렇지 …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아직 부족한 지점이 많은데, 가장 큰 약점은 치료의 첫 단계인 진단 과정일 것이다. 내과나 외과 진료처럼 직접 눈이나 내시경으로 발병 부위를 볼 수 없고, 혈액 검사를 통해서 진단할 수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최대한 환자의 이야기에 근거하여 진단을 찾아가게 되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 없어.” “나는 운이 없어.” 습관적인 부정적 사고는 무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운명을 만든다. 마음은 뇌에 있다. 균형 잡힌 뇌가 행복한 뇌다. 균형 잡힌 뇌란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면서 또 다른…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겨울을 좋아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추위가 반갑지 않다. 불어오는 찬 바람과 동시에 상당수 환자의 증상 악화가 시작된다. 거의 다 호전되었던 분들도 급작스러운 무기력에 침대에서 나오기 힘들다 하고, 기분도 덩달아 가라앉는다…
중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는 스프링복이라는 염소처럼 생긴 영양이 살고 있다. 이들은 무리 지어 달리는 특징이 있는데, 1893년 학자들은 1억 마리 넘는 스프링복이 평균 시속 160km의 속도로 하루 수천 km를 횡단하는 거대한 대이동을 목격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던 무리들은 바닷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종종 종합심리검사 처방을 낸다. 그 사람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을 때 검사를 진행하는데, 주로 성격과 감정 상태에 대해 분석하지만 지능지수 또한 측정된다. 사람을 지능으로 나누는 것에 대한 반감이 내게도 있었지만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능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