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가치관에 따르면 스승은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내려주는 존재다. ‘군사부일체’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느니 하는 말들이 스승과 제자 사이를 갈라놓는다. 하지만 교권의 붕괴를 걱정하는 요즘 이런 말이 통할까?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는 이제 너무 멀어져 교감의 온도는 차디…
‘셰임(shame).’ 수치심. 뉴욕 맨해튼의 번듯한 직장인 설리번(마이클 패스벤더)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말이다. 설리번은 직장에서는 매너남이고, 잘생긴 외모로 술집에서는 뭇 여성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부러울 것 없는 그가 수치심을 느껴야 할 이유는 뭘까? 그의 컴퓨터를 …
아이언맨=이놈의 인기는 하여간. ‘아이언맨3’의 한국 팬들이 개봉 전 30만 명 넘게 예매를 했다고? 한국에서 개봉 전 예매 신기록을 세웠다면서? 지난해 여름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기록(25만4000여 명)을 훌쩍 뛰어넘었더군. 기자=영화에서처럼 역시 거만하군요. 당신이 왜 이렇게…
난해한 과학 용어가 불러오는 신비감, 미래사회에 대해 알 듯 모를 듯 펼쳐놓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강렬한 캐릭터와 화려한 영상…. ‘에반게리온: 큐’(25일 개봉)의 아우라는 여전했다. 95분간 한순간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빡빡한 상황들을 늘어놓는 이 자신감은 …
음악은 치유의 힘이 크다. 베네수엘라에서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빈민층 아이들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엘시테마가 그렇다. 아기는 엄마 배 속에서 가장 먼저 소리에 반응한다. 좋은 음악은 인간의 영혼을 움직인다. ‘송 포 유’(18일 개봉)는 죽음이 빚어낸 이별의 슬픔을 합창의 …
더 부러울 게 없는 인생이었다. 산부인과 의사 제프(토비 맥과이어)는 아내 닐리(엘리자베스 뱅크스), 아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존경받는 직업에 예쁜 아내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다만 아내와 6개월 넘게 잠자리를 안 한 것만 빼고. 의대 여자 동창 레베카(케리 워싱턴)…
2009년 3월 7일 ‘기획사 관계자로부터 술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고 폭행당했다’는 문건을 남긴 채 자살한 장자연 씨.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영화 ‘노리개’가 18일 개봉한다. 영화는 ‘여기에 나온 인물과 사건은 모두 실제가 아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지만 누가 봐도 장 씨 사건…
도시는 우디 앨런 감독에게 자유의 날개인 것 같다. 지난해 저예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35만 관객을 끌어 모은 ‘미드 나잇 인 파리’. 이 영화에서 앨런 감독은 피카소, 헤밍웨이 등 역사 속 유명 문화인들이 나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제된 역사의 인물들은 …
‘철의 여인’에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를 연기했던 메릴 스트립. 노예제 폐지라는 신념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미국 공화당 급진파 의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링컨’의 토미 리 존스. 두 베테랑 배우가 부부로 만났다. ‘호프 스프링즈’(28…
‘제로 다크 서티’는 인정사정없는 스릴러다. 157분간 사정없이 관객을 몰아붙인다. 짧지 않은 상영시간이지만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잘 짜인 스토리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탄탄한 편집으로 이야기의 롤러코스터에 오르게 한다. 예비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러셀 감독은 ‘문제아 영화’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는 ‘파이터’(2010년)에서 약물에 찌든 트레이너 형과 한물 간 복서 동생이 상처를 딛고 챔피언이 되는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멋쟁이 ‘배트맨’ 크리스천 베일을 발음 새고 어깨 구부정한 ‘찌…
31일 개봉하는 영화 ‘문라이즈 킹덤’은 열두 살 ‘꼬마 커플’의 러브 스토리다. 그런데 15세 이상 관람가라니…. 영화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1965년 미국의 한 시골마을. 들판에서 야영을 하던 보이스카우트 샘(자레드 길먼)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랜디 …
국가마다 공포 영화의 ‘브랜드’가 있다. 한국은 ‘전설의 고향’처럼 한(恨) 많은 귀신이 나오는 원혼 공포물을 즐긴다. 반면 미국은 화면 가득 피가 튀기는 스플래터(Splatter) 영화를 선호한다. 다소 희화화한, 살아 있는 시체 좀비도 자주 등장한다. 유럽은 뱀파이어(흡혈귀)가 나…
《종교 시대의 광기를 함축한 단어 ‘마녀사냥’. 마녀의 진실을 밝힐 이유도, 필요도 없었던 이 희생양 제의(祭儀)는 기독교 외에 어떤 사상도 용납할 수 없다는 그릇된 신념의 산물이었다.지배계급은 마녀사냥을 통해 체제에 대한 불만을 잠재웠고, 민중은 마녀를 처단했다는 안도감에 취했다. …
헬렌 헌트는 올해로 50세다. 그의 전성기는 아마도 1990년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왓 위민 원트’ ‘캐스트 어웨이’ 등에서 당당한 태도와 지적인 연기로 인기를 끌었다. 1998년 ‘이보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안았다. 젊은 시절 노출 연기를 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