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앞다퉈 상속세법 개정안을 냈다. 민주당 안은 현행 최고세율 50%는 유지하되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를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안은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자녀 1인당 일괄공제액…
이종찬 광복회장이 실체 없는 건국절 추진을 문제 삼아 광복절 기념식을 파탄 내는 걸 보면서 착잡했다. 나로서는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 지난해 9월 6일자 ‘홍범도가 본 홍범도’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이 맘 놓고 숨쉴 땅 한 자락 없었는데도 이종찬 광복…
상속세는 이중(二重)과세이기 때문에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살아서 세금 다 냈는데 죽어서 또 낸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생전에 세금을 제대로 낸다면 상속세를 완화해도 된다. 그러나 생전에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가. 개인 세금은 소득세와 자산세로 나눌 수 있다. 소득세는 자…
국방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검찰단장을 지휘·감독한다. 채 상병 사건에서 이종섭 국방장관(이하 모두 당시 직급)은 해병대 참모총장 격인 김계환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직무상 상관은 김 사령관이다. 박 단장은 군 사법경찰관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는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1987년 정치적 민주화 이후 경제적 사회적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쓴 말이다. 한국 정치학계에서 보기 드문 적절한 개념화이긴 하지만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 같은 착각도 없지 않다. 정치적 민주화가 1987년으…
지난주 국회 법사위 채 상병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위원장의 무례한 위원회 운영을 보는 것은 심히 불편했다. 그러나 유재은 국방부 법무비서관의 증언 등은 ‘이첩 방해’가 아니라 ‘무단 이첩’의 프레임에서 이 사건을 볼 필요가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해병대 수사단은 군인 사망 사…
검찰 수사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의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형사 사건에서 검찰은 피고인과 마주 보는 일방 당사자일 뿐이기 때문에 수사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옳다. 다만 검사와 피고인의 공방 끝에 법원에서 선고가 내려졌을 때는 그것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판사가 다소 미심쩍을 …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이 최근 주간동아와 인터뷰한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그는 “한번은 한중일 연금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발표를 마치니 연금 업무를 담당하던 일본 공무원이 주저하다 질문하더라. ‘한국은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 보험료를 부담하는데, 어떻게 훨씬 많…
루소의 ‘일반의지(general will)’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한날 한곳에 모였을 때 드러나는 그 사회의 지배적인 의사다. 단, 조건이 있다. 구성원들은 사전(事前)에 서로 소통해서는 안 되고 당파를 지어서도 안 된다. 루소의 이론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지에서 일반의지로 가는…
야당 대표가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방안과 각종 특검법을 들고 와 대통령에게 ‘우리가 총선에서 이겼으니 받아라’ 해서 받을 수도 없지만 받는다고 협치도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에는 2개의 민의(民意)가 존재한다. 대통령을 선출한 민의와 국회를 선출한 민의다. 두 민의가 시간차를 갖고 …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고와 관련한 수사 개입 의혹은 어려운 문제다. 수사선상에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발령이 일파만파를 몰고 온 이유는 어려운 문제를 어렵다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 하나는 이 문제가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주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회칼 테러 보복’ 운운했다는 MBC의 앞뒤 다 자른 보도는 전해들은 발언의 맥락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그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고 싶은 얘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전 수석을 흉내낸다면서 한 5·18 농담이다. 이 대표는 전북 군산 유세…
‘창작과 비평’의 백낙청 씨가 근래에는 주된 발언 무대를 잡지에서 유튜브로 옮긴 듯하다. 지난 대선 직전 문재인 격하의 신호탄을 쏜 뒤 이재명을 추켜세우고 대선 직후에 다시 나와 이재명의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를 중심으로 뭉칠 것을 호소했는데 총선 국면에서도 같은 주장을 이어가고 …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리는 게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증원’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매년 2000명을 5년간 늘려 뽑고 그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본다는 식의 계획이 지속성을 중시하는 교육 계획으로서 성립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나중에 1000명을…
국제 관계의 대전환을 이룬 것은 우드로 윌슨이다. 윌슨 이전만 해도 약소국은 강대국의 이익을 위해 희생돼도 상관없는 장기판의 졸이었다. 이런 상황이 비난을 받기는커녕 칭송을 받았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905년 러일전쟁을 끝내는 포츠머스 조약을 중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 조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