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적가리 지붕 어스름밤 가다가 기러기 제 발자국에 놀라 노적가리 시렁에 숨어버렸다 그림자만 기우뚱 하늘로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나무병에/우유를 담는 일,/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밀 이삭들을 따는 일,/암소들을
《일단 밖으로 나와야 집안 사정도 안다. 안 나오면 집안 사정이랄 것도 없다. 수신제가니, 부모봉양이니 물에 빠
《비껴 달아나는 거대한 침묵이여/사과란 사과는 다 쏟아지는 눈짓이다/불쌍한 실내극의 벼랑이여/반가워라 태풍이 온
《가을, 노적가리 지붕 어스름 밤 가다가 기러기 제 발자국에 놀라 노적가리 시렁에 숨어버렸다 그림자만 기우뚱 하늘
《한번 죽어본 것들을 만난 적이 있으신지 돋아나는 새잎 같은 푸름도 시들어 떨어진다는 걸 알고도 피어나는 아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
《단풍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소리가/나지 않는 몸을 빛이 문고리처럼 잡고 자꾸만 흔든다/그러나 거울의 허공은 몸의 기억을 켜는 법이 없어 나
《그립다/말을 할까/하니 그리워//그냥 갈까/그래도/다시 더 한 번……//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서산에
《고향 언저리에서 나지 않는 열매들이 추억을 채우네/이국의 푸성귀들이 내 살을 어루네/사랑은 뜻대로 되지 않았으며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흐린 강물이 흐른다면/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디딤돌을 놓고 건너려거든/뒤를 돌아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만큼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봄이면 제 영혼을 조금씩조금씩 털다가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매독 같은 가을./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한쪽 다리에 찾아온다.//모든 사물이
《어머니가 그러셨듯 손 속에서 손을, 팔다리 속에서 팔다리를, 몸통 속에서 몸통을, 머리털 속에서는 머리털까지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