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상가에 갔는데 ‘힐링’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물건들이 여럿 보이더군요.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어요.” 2003년 출가자의 수행 여정을 그린 KBS 다큐멘터리 ‘선객’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묵 스님(제따와나 선원장·사진). 이제 유행가 제목처럼 된 ‘힐링’이라는 단…
한국 언론사 연구의 권위자로 꼽혀온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73)가 태평양전쟁에서 광복, 6·25전쟁에 이르는 시기의 언론과 문학을 실증적으로 탐구한 책을 출간했다. 신간 ‘전쟁기의 언론과 문학’(소명출판)에서 정 교수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말조차 사치스러웠던 …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훨씬 길어졌어요. 지금의 10대에게 부모 세대의 10대를 기대하면 안 되는 이유죠.”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 원장(사진)이 ‘사춘기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경향에듀)을 펴냈다. 끊임없이 자라는 청소년기의 뇌를 연구해 10대의 행동을 분석한 ‘10대…
“인류학계 일부에선 전쟁에서 보듯 인간의 본성은 폭력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이론을 뒤엎고, 인간이 마음을 열고 더불어 살려는 존재임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권헌익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 교수(50·인류학)가 2006년 미국에서 펴낸 ‘학살, 그 이후’를 국내 아카이브 출판…
“내 영혼의 우물에도 ‘에피슈라’가 필요하다.” 2005년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에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앞에 선 고도원 씨(60·사진)가 얻은 깨달음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40년 이상 마실 수 있는 물을 담은 바이칼 호수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으로 불린다. 물이 수정…
“가난이 환경의 최대 적이고, 부강한 나라가 환경을 지킵니다.”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이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사닥다리)를 펴냈다. 많은 환경운동가가 반(反)문명,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상황에서 “부국(富國)이 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는 저…
‘권력의 주변을 서성대는 지식인들에게’ 서문 제목이 날카롭다.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57)의 신간 ‘조지 오웰-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한길사)다. 소설 ‘1984’ ‘동물농장’ 등을 남긴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삶과 사상, 글쓰기의 면모를 담은 전기다. ‘영국 노동당사…
자본주의체제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의 균형을 이뤄준다고 말한다. 그런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과 슈퍼가 영세 상인들의 매상을 잠식하고 고학력 인재들이 취직을 못하는 현실에도 보이지 않는 손은 있는가. 우리의 자본주의 시장은 과연 정의로운가.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69·경제학…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말년에 연인 도라 디아만트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던 시절이었다. 둘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한 어린 소녀가 인형을 잃어버렸다며 울고 있었다. 카프카는 바로 이야기를 꾸며냈다. 그 인형이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인형은 지금 여…
많은 직장인들은 말한다. “아, 사장 한 번 해 봤으면!” 하지만 실제 사장이 되면 정말 좋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말한다. “제가 대리나 과장이었을 때 ‘사장이 되면 내면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늘 확실한 정보 아래 자신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소설가 한강(41)이 소설 ‘희랍어 시간’(문학동네)을 냈다. 원고지 600여 장 분량의 경(輕)장편이다. 하지만 8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카페에서 마주앉은 작가는 “경장편이 아닌 장편”이라고 강조했다. “길이는 짧지만 저에게는 무게가 가벼운 게 아니에요. 누가 뭐래도 저의 다섯 번째…
“한국은 종교의 영향력이 무척 큽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신을 믿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종교를 찾죠. 이를 통해 배우자까지 만나고요. 즉 한국에선 종교로 상징되는 공동체가 자본주의에 대한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구하기’(북앤피플)의 저자 에리크…
“구차는 인구 1000명밖에 안 되는 세르비아의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8월 초 ‘구차 트럼펫 페스티벌’이 열릴 땐 전 유럽에서 80여만 명이 찾아와요. 그러고는 마을의 들판, 개천가, 산비탈 등에 텐트를 치고 밤새워 트럼펫을 불며 노는 거예요. 또 집시들이 찾아와 연주 소리에 맞춰 …
“15∼18세기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었는데 그건 상업의 발달 때문이었다. 그 상업 발달을 이끈 주역이 안후이(安徽) 성 후이저우(徽州) 출신 상인들이었고, 그들의 성장 배경에 대운하가 자리하고 있다.” ‘대운하와 중국 상인-회·양 지역 휘주 상인 성장사 1415∼1784’(민음사)를…
그는 스스로를 제주에 유배했다. 일찍이 추사 김정희, 면암 최익현, 광해군 등이 유배됐던 ‘적막지빈(寂寞之濱·적막한 물가)’의 섬에서 유배문화를 연구하는 제주대 양진건 교수(사진)다. 만 54세의 추사는 제주로 유배돼 추사체를 만들었고 올해 54세인 양 교수는 추사길을 만들었다.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