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한글박물관 세우자

  • 입력 1996년 10월 17일 10시 54분


한글은 이미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정보화 사회에 유용한 문 자라고 인정했으니 민족 최고의 문화자산임이 분명하다. 한글 덕분에 우리 민족은 동아시아권에서 중국과 확실히 다르다는 민족 주체성을 인정받는다. 또 한글이 쉬운 글자이기에 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전달하는 속도가 그만큼 빨랐다. 그 러므로 한글은 해방후 산업화시기의 최고 공로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날마저 국경일에서 제외시킨 우리가 과연 이 문화자산을 이어받을 자 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다행히 한글학회 우리말이름짓기모임 등 우리글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고 유명한 컴퓨터회사 이름이 「한글과 컴퓨터사」인만큼 다소 위안은 된 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자족할 수는 없다. 하다못해 한글을 기념하는 그럴듯한 글자 박물관 하나 없는 실정이니 이 문화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건설적인 방안들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세종대왕기념관이 있는 홍릉이나 세종대왕 이름을 딴 세종로에 한글박물관을 설립 하는건 어떨까. 여기에 한글의 역사와 한글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이들의 자료를 모 아놓자. 다른 나라의 글자체계나 글자모양에 대한 역사적 자료들도 구비해야 한다. 세계 글자판에서 사라져버린 중앙아시아 및 중남미의 글자에 대한 자료도 모아 글자 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역사도 교훈적으로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도록 하자. 한글박물관이 들어서는 거리는 「한글의 거리」라고 명명하자. 간판들은 우리말로 된 것만 들어서게 하고 주변의 벽면도 훈민정음으로 채식하자. 이 거리에서 외래어 의 냄새 따위는 아예 제거한다. 한글관련 단체와 모임도 옮겨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은 당연하다. 조그마한 자투리 땅이 있다면 한글을 응용한 조각공원도 조성하 자. 여기에서 해마다 「우리말이름짓기대회」나 「우리말상표경연」 등을 마련해 명실 상부한 한글의 거리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자. 8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훈민 정음 티셔츠도 좋고 한글이 자수된 모자, 한글자모를 이용한 목걸이, 한글이 음각된 필기구 등 기념품도 개발하기 나름이다. 세계에서 자신만의 글자를 가진 나라도 몇 안되지만 고유글자의 창제일을 기념하 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이는 한글의 거리가 외국인들에게 훌륭하고도 이색적인 문화 관광상품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세계인에게 문자에 관한 많은 지식을 제공해주는 더없이 소중한 공간도 된다. 황 태 규 <지방정부마케팅연구회 간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