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5시반 서울 구로구 수궁동 주택가 골목길. 한 60대 환경미화원이 어둠
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길을 쓴다. 집앞마다 놓인 쓰레기봉투를 수거해 손수레안에
넣는다.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시간반.
환경미화원 白洋基씨(60)의 하루는 오전 4시 빗자루를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
깨끗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이 거리를 쓸며 지내온 천
직의 세월이 「청소부 외길 41년」.
白씨는 「서울시민의 날」(28일)을 앞두고 서울시가 작성하는 「서울 기네스」에
가장 오래 일한 환경미화원으로 등재된다.
『예나 지금이나 쓰레기가 많은 서울 거리지만 좀더 깨끗해졌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수궁동의 조장인 그가 하는 일은 동료 11명의 청소 일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것.
따라서 손수레를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白씨는 굳이 끈다. 『젊을 때부터 시
작한 일이 몸에 밴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20세때인 지난 55년. 고향인 전북 고창에서 서울로 올
라와 일자리를 찾다가 경찰국에서 청소원을 고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응시,합격했다.
白씨는 『먹을 것이 없어 이틀동안 굶다가 시험에 합격한 뒤 식당으로 달려가 외
상으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뒤 청소업무가 경찰에서 시로 이관됐다가 다시 대행업체로 넘어가는 등 곡절은
있었지만 그는 빗자루를 놓지 않았다. 다른 기술이 없기도 했지만 처음 배고픔을 면
하게 해준 자리에 대한 고마움때문이었다.
그는 41년간 청소일을 하다보니 쓰레기를 통해서 세상의 변화를 실감한다.
『60,70년대만 해도 연탄재와 김장쓰레기로 골목길이 뒤덮였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어요. 요새는 옛날같으면 감히 버릴 생각을 못했던 말짱한 옷가지 등이 쓰레
기로 나옵니다』
그는 『잘살기 시작한 게 얼마나 됐다고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한다.
白씨의 동료들은 『白씨가 지난 84년 위수술을 하던 날 아침에도 빗자루를 놓지
않을 정도였으며 얼마전에는 청소하다가 주운 8백만원짜리 어음을 그대로 돌려준 일
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6월로 정년을 맞는다. 그렇지만 후회는 안한다. 내세울 것은 없지만 자
식들을 사람노릇할 수 있게 잘 키웠다고 자부하기 때문.
白씨는 현재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도시개발아파트 21평에서 부인, 두아들 내외,
아직 출가안한 딸과 함께 산다. 두아들은 집인근에서 함께 음식업을 하고 있다.〈윤
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