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가의 옥탑이나 전철역에 둥지를 트는 새가 늘고 있다. 새의 도시적응력
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새들이 건물이나 유리창에 부딪혀 다치는
조난(鳥難)사고도 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회장 金成萬)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서울과 인근 도시에서
신고받은 새 충돌사고는 1백97건. 작년 한햇동안 신고된 1백80건을 이미 넘어섰고
요즘도 하루 평균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새가 도시로 몰려 들고 있는 것은 농촌지역에 부는 개발붐과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생태계가 파괴돼 먹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
그러나 도시로 온 새들은 최근 특수유리로 치장한 건물이 늘면서 밖의 풍경이 그
대로 반사되는 이 유리창을 공간으로 알고 날아들다 다치기도 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과 빌딩 사이에서 형성되는 일시적 돌풍에 휘말려 건물에 부딪히고 있다.
충돌사고를 당한 새 중 절반 이상은 황조롱이 솔부엉이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인
희귀종.
지난 16일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붉은배새매가 양화대교 인근을 날다 빌딩 유리창
에 앞가슴을 부딪혀 다리신경이 마비됐고 지난 5일에는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솔부
엉이가 중랑구 중화동의 고층빌라 유리창에 부딪혀 뇌진탕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새들은 대개 2, 3일간의 치료를 받고 다시 무리의 곁으로 돌
아가지만 중상을 입은 경우는 5, 6개월 이상 치료를 받다 아예 야성(野性)을 잃어버
려 사람의 손에서 「사육」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 새를 치료해 주는 곳은 「한국조류보호협회」와 「한국동물구조단
」 등 민간단체뿐. 때문에 재정이 취약해 전문인력 및 치료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金회장은 『우리도 이젠 선진국처럼 고층건물에 새들의 접근을 막는 전자파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국가가 부상한 새를 치료하고 사육하는 시설을 만들어 학생들에
게 환경교육의 장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말했다.
〈金靜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