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는 여성능력, 세계화로 가는 국력」. 10월을 남녀고용평등의 달로 정하면서 대대적인 선포식과 함께 우리 정부가 내건 표어였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작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여성권한지수」(GEI)는 조사대상 1백15개국중 90위였다. 이 지표는 국회의원 행정관리직 전문기술직 그리고 총근로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 전체소득 중 여성소득이 차지하는 비율 등을 기초로 산정됐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여성의 취학률(27위) 대학진학률(43위) 경제활동참여율(59위) 행정관리직 구성비율(1백12위) 등의 대조는 우리 사회가 교육받은 양질의 여성능력을 얼마나 사장시키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여성의 고용촉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지난해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10대 확대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 직원 채용시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고 세무대 철도전문대 경찰대 등 교육기관의 여성입학 제한제를 폐지하며 정부관련 위원회에 여성위원의 참여를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인 고용촉진책으로는 소수 여성인력만이 취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이다.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보다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대규모 고용창출을 가져올 일반 사기업에 대한 여성고용촉진책을 마련하는 일이 보다 중요하다. 여성계는 여성고용할당제를 강력히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으로서야 불요불급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꺼리는게 당연하다. 이런 부담을 줄여줄 재원마련이 문제의 핵심이다.
여성은 현실적으로 출산과 육아의 담당자일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60일간의 산전산후 유급휴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여성인력을 선호할 기업이 있겠는가. 따라서 모성보호비용의 공공지원책을 수립하고 그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도 산전산후급여의 50%를 사회보험에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나머지 50% 부담에 대한 기업의 수용여부 역시 관건이다. 육아휴직시 급여나 탁아시설 지원을 위한 재원확보도 마찬가지다.
여성문제와 관련한 예산배정과 재원마련에는 정부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여성문제 해결대책이 뒷전으로 밀린다면 우리 사회의 인간화 세계화지수는 항상 제자리 걸음을 면하기 어렵다.<이정룡:주한이란대사관 공보담당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