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영사 피살 한달]수사『심증뿐』 원점서 『뱅뱅』

  • 입력 1996년 10월 31일 20시 22분


「모스크바〓文明豪 특파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국총영사관의 崔德根영사가 살해된 지 1일로 한달이 되었으나 사건 수사가 일보의 진전도 못한 채 미궁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 사건은 정황으로 볼 때 사건 발생 직후부터 금품을 노린 우발적인 사건이기보다는 계획범행일 것으로 추정돼 왔다. 崔영사의 유류품에서 발견된 메모에 북한의 외화벌이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관련 사항들이 적혀 있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崔영사의 활동이 북한을 자극, 북한이 이 사건에 어떠한 형태로라도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수사 초기에는 물론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 뿐 수사진행상황을 도중에 공표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을 들어 언론은 물론 한국 대사관 측에까지 진전상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 당국과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관계당국도 이 사건이 북한 측의 소행이라는 심증은 굳혀 놓고 있으나 직접적인 범행동기 또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이 사건이 북한 측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잠수함침투사건에 따른 이른바 「백배 천배」 보복의 일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측 당국 일부에서는 崔영사의 활동이 범행을 촉발했다기보다는 북한 측이 이 지역에서 탈출벌목공의 한국귀순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한국측에 대한 경고성 보복을 결심했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잠수함침투사건이 발생하자 범행일자를 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의 외교소식통들은 설사 수사 결과 북한의 관련 사실이 드러난다 해도 남북한 양쪽과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러시아가 그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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