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黃모씨(39·충북 괴산군)는 최근 신용카드로 산 물품대금 50만원을 신용카드사의 현금이체서비스를 통해 납부하려고 전화를 걸다 그만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이 마침 카드결제일이라 출근 후 틈틈이 K신용카드사의 자동안내시스템(ARS)에 전화를 걸었으나 그때마다 「지금은 이용할 수 없으니 잠시후 이용해 달라」는 안내음성만이 흘러나왔다. 이러기를 10여차례. 결국 은행 마감시간에 쫓긴 黃씨는 하던 일을 제쳐두고 택시를 잡아타고 4㎞정도 떨어진 은행으로 달려갔다.
黃씨는 『한 통화당 2,3분씩 모두 30여분을 허비했다』면서 『시간도 시간이지만 신경이 쓰여 다른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체나 구청 등기소 공공기관 등이 시민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안내 및 민원전화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회선이나 전담인원이 모자라거나 시스템 불량으로 불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거래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은행감독원의 민원상담실 전화는 단 2대뿐.
민원인들은 『하루종일 전화를 해도 「통화중」 신호음만 들릴 뿐』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상담실운영을 맡고 있는 분쟁조정실측은 『하루에 보통 20∼30분씩 걸리는 전화상담 20여차례와 8명정도의 방문상담을 받기 위해 직원 2명이 점심시간에도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력사정상 전화회선을 늘릴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무역업을 하는 朴모씨(40)는 지난달 중순 강동등기소에 전화로 등기신청을 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전화통에 매달렸다. 朴씨는 『나와 여직원이 번갈아 계속 전화해도 받지 않아 전화국에 알아보니 전화선을 빼놓았다고 했다』면서 분개했다.
지난달 말 재산세 납부문의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청과 서초구청에 사흘동안 30여 차례나 전화를 했다는 회사원 河모씨(54)는 『걸 때마다 통화중이고 그나마 누군가가 받으면 그냥 딱 끊더라』면서 「뒷걸음질치는」 주민행정에 혀를 찼다.
서울의 각 구청에서 구정안내 등을 하기 위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자동안내전화도 통화대기 시간이 길고 고장나는 경우가 잦다.〈金靜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