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발언대]「국립 역사민속촌」세우자

  • 입력 1996년 11월 3일 20시 29분


정부는 역사 바로세우기의 하나인 경복궁 복원계획에 따라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멀지않은 장래에 현재의 국립민속박물관도 철거 이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문화체육부는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단일민족으로서 특유의 전통민속문화를 갖고 있다. 차제에 선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다정다감한 민속문화를 넓은 공간에 재현하는 「국립역사민속촌」(가칭)의 건립을 제안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정이 많고 조상숭배사상이 있어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유난스럽다. 설날 추석 등 명절이면 해마다 전쟁를 방불케 하는 민족 대이동을 경험하지 않는가.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을 대비할 수 있는 위치에 현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기능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국립역사민속촌을 건립한다면 그 뜻을 더하게 된다. 건립위치는 8.15의 산물로 국토와 민족의 분단을 상징하는 판문점이 어떨까 한다. 이 일대는 땅굴과 함께 희귀한 동식물 철새 등 자연생태계의 보고를 포함하고 있어 최적지라고 본다. 나아가 경의선 철도가 복원된다면 교통도 더욱 편리해진다. 관광의 3대요소인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등이 마련되기에 충분하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인정은 갈수록 메말라간다. 이런 삭막함을 해소하는데도 민족의 고향과 같은 국립역사민속촌이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부지는 8백만평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여기에는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현 국립민속박물관의 기능을 옮긴 민속박물관 △전통공예 실연장 △민속극장 △야외놀이마당 △자연생태계를 이용한 한국의 정원 △조각공원 △6.25교육장 △국제회의장 △운동경기장 △수영장 △장터 △놀이시설 △숙박시설 △납골당 등을 수용할 수 있겠다. 물론 재원마련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국채에만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화재복권을 발행한다면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런 시설이라면 온국민이 떳떳하게 호응하고 밀어줄 수 있으리라 본다. 뿐만 아니라 자손만대에 물려줄 정책사업이기도 하다. 아울러 박물관이든 민속촌이든 현재 문화재로 지정해 원형을 보존해야 할 능원지역은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사격장이 태릉에 설치되고 정부기관이 헌인릉을 잠식하는 등 문화재를 훼손하는 꼴사나운 일은 앞으로 삼가야 한다. 고 상 렬 (한국전통문화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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