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언어이질화 갈수록 심화…남성우교수 극복책등 제시

  • 입력 1996년 11월 3일 20시 34분


「金次洙기자」 북한에서 쓰이는 「딱친구」가 단짝친구를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랫동안 교류가 단절된 가운데 남북한이 서로 다른 언어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남성우 한국외국어대교수(국어학)는 오는 6일오후2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남북문화교류협의회(회장 이배영)주최 통일세미나에서 남북간의 언어이질화현상을 진단하고 극복방안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한다. 남교수는 가장 심각한 남북 언어이질화현상으로 내용과 형식이 다른 단어가 늘어나는 것을 꼽았다. 구름다리를 북한에서 「허궁다리」라고 부르는가 하면 도시락은 「곽밥」으로 변화하는 등 남한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모를 단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남교수는 우려했다. 남교수는 또 같은 단어의 뜻이 달라진 경우도 많아 더이상 방치할 경우 통일후 남북주민간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초래할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남한에서는 유격대라는 의미로 쓰이는 「빨치산」이 북한에서는 「혁명적 영웅」을 뜻하고 튀김이라는 의미의 외래어 「덴뿌라」가 북한에서는 「엉터리」라는 의미로 변질됐다는 것. 「백만장자」 역시 남한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데 비해 북한에서는 「근로인민을 착취해 부를 추구하는 자본가놈」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게 남교수의 설명이다. 발음에서도 북한은 된소리현상을 그대로 살려 「원쑤(원수)」 「속또(속도)」 「핵씸(핵심)」으로 표기하고 있고 「니은, 리을」에 대해서도 남한과 달리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아 「녀자(여자)」 「념원(염원)」 등으로 쓰고 있다는 것. 남교수는 남북간의 언어정책과 언어관의 차이때문에 이같은 언어이질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남한에서는 언어를 문화창조와 민족사회 구성의 중요요소로 보고 민간주도하에 언어정책을 추진하는데 비해 북한에서는 언어를 사회주의 건설의 도구로 여기면서 정부가 강력한 언어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남교수는 북한이 정부주도로 언어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결정하면 단기간에 언어정책을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언어이질화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간 언어이질화는 단시간에 극복하기는 어렵고 언어학자들간의 공동연구 등 인내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채욱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은 「남북한 문화통합을 위한 문화교류 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문화교류도 남북간의 정치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치밀한 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민족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간 상호이해증진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압도하는 내용보다는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 즉 남북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전통문화영역에서부터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임연구원의 제안이다. 그는 문화교류의 기본원칙으로 △경쟁 배제 △전통문화 중시 △생활문화분야 우선 △단계적 추진 등 네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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