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골퍼 수난시대다.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다가 쫓겨날 운명이고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골프장에 있었다고 말썽이다. 미국에서는 클린턴대통령이 첫 샷이 잘못될 경우 공짜로 한번 더 치게 해달라는 「멀리건의 천재」라 해서 믿을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운동이라는 차원에서만 본다면 골프는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 운동치고는 쩨쩨한 데가 있다. 클럽으로 공을 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마지막에 가서 조그만 구멍에다 공을 집어 넣는 퍼팅은 신사숙녀들의 스포츠치고는 치사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준다.
골프는 또한 고스톱처럼 사행성도 높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점수를 속일 수 있다. 숲속에 들어간 공이 몇번을 쳐서 밖으로 나왔는지는 하느님 아니면 알 수 없으며 클럽으로 쳐서 나왔는지 손으로 빼왔는지 모르는 것이 골프다.
골프는 시간도 엄청나게 뺏는다. 아침 별을 보고 꼭두새벽에 출근하면 저녁 별이 보이고 나서도 한참 있어야 집에 돌아온다. 신종 별보기운동이랄까. 골퍼들 때문에 교통방송도 잠을 자는 주말 새벽에 느닷없는 교통혼잡이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골프는 비싸다. 골프를 제대로 치려면 한번에 20만원은 실히 든다. 그린피가 10만원, 캐디피가 3만원, 거기에다 식사비 휘발유 고생비용까지 합하면 그 액수가 부족하다. 대한민국 교수 한달 용돈값이다.
어떻게 보면 골프의 인기는 거품인 것 같다. 그 거품을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골프장의 캐디들을 남자로 바꾼다면, 그리고 남편의 골프때문에 「나홀로 집에」가 된 일요과부들을 규합하여 골퍼규탄 시민운동대회를 연다면 엉뚱한 생각일까.<이 동 신 : 경희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