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시교통의 문제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수단의 구조적 불량, 교통시설 여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자가용,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 등. 그런데도 자가용 차량에 대한 대도시 교통정책은 한시적 부제운행, 각종 부담금 인상, 불법운행 및 주정차위반 단속강화 등으로 일관돼 왔다. 서울시는 남산 1, 3호 터널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하고 있는 혼잡통행료 징수제를 97년 하반기부터는 도심진입도로 전체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다른 대도시들도 이 제도를 뒤따를 공산이 크다.
서울시의 이같은 교통개선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뀐 건 분명해 보인다. 이제껏 세금 연료비 범칙금 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이 증가했는데도 차량운행은 여전히 폭증세를 이어온 것만 봐도 혼잡통행료 징수효과는 기대치에 못미치리라 예상된다. 도심권 진입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이를 둘러싼 동심원 바깥 지역의 교통체증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도 크다.
혼잡통행료나 통행세징수는 차량보유할당제 차량번호경매제 부제운행 등과 함께 대중교통수단이 완벽하게 갖춰지고 국토면적이 좁은 도시형국가에나 어울린다. 우리의 복잡한 도시교통 실정에는 부적합하다.
우리 실정에서는 자가용 차량의 보유증가율 자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정책이 가장 시급하다.
아울러 「도로의 무숙자」격인 불법주차차량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제 불법주차는 단순한 교통소통방해뿐만 아니라 보행 생활편의 긴급구호 등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 한해만 해도 주차단속이 1천만건을 넘어 차량 1대당 평균 1회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차량증가와 불법주차를 가장 효과적으로 동시에 해결할 방안은 「차고지증명제」다. 빠른 시일안에 모든 차량에 대해 그리고 전국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상업용 차량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도 수많은 상업용 차량들이 주차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활동에 동원되고 특히 일과 후에는 자가용 차량의 불법주차와 뒤엉켜 교통소통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차고지 없는 차량폭증은 우리 사회의 교통편의를 여지없이 하향평준화시켜 왔고 앞으로도 혼잡통행료 징수나 교통사고 공해저감 등 정책효과를 반감시키게 될 것이다. 일부의 거부경향은 있겠지만 민선단체장이 주도하는 교통정책 성공의 시금석으로 차고지증명제 실시를 촉구한다.
홍 성 인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