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李모씨(31)는 얼마전 호출기를 통해 음성사서함 연락을 받았다. 확인해 보니 『호출번호 끝자리가 1004인 분이 당신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 700―5로 전화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걸자 최근 유행한 TV드라마 「애인」의 주제가인 「아이 오 유」라는 노래가 3분가량 흘러나왔다. 그 뒤 컴퓨터로 합성한 여자목소리로 「너를 사랑해. 너를 알게 된것이 행복해…」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통화시간은 약 5분. 李씨는 메시지를 다 듣고 나서야 자신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이용료가 30초당 50원이나 돼 이미 5백원을 손해본 뒤였다.
최근 「700 노래배달서비스」가 젊은이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면서 엉뚱하게 전달된 서비스로 이용료만 날리는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더라도 이를 확인하는데 드는 이용료는 울며 겨자먹기로 전화를 건 사람이 물어야 한다.
음성서비스사업의 사전심의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도 최근 이같은 피해사례가 많이 접수돼 진상조사에 나섰다.
정보통신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에게 호출을 통해 무작위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회선을 정지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사업자들이 무작위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챙기려 든다면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700 노래배달서비스」란 메시지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이 원하는 날짜와 노래제목 등을 신청하면 서비스 사업자가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입력, 정해진 시간에 호출기 음성사서함으로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를 통해 메시지와 함께 노래를 전달하는 서비스.
현재 「700 음성정보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약 4천여명. 「노래배달서비스」는 서울시내에서만도 20여개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회사원 全모씨(29·여)도 최근 이같은 내용의 음성사서함을 받고는 전화를 걸었다가 황급히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 친구로부터 이같은 피해사례를 들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
全씨는 『주로 20대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노총각 노처녀들이 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때 사업자가 호출기 소지자의 개인신상정보를 빼내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만약 사업주가 고의로 불법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음성사서함을 통한 노래배달서비스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말했다.
<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