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이거…한번…보세요』
정신지체장애인인 洪성달군(18)은 자신이 손수 씨를 뿌려 기른 배추를 캐내 들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 LG산전 김포공장(대표이사 李종수)내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1백50평의 밭에서는 정신지체장애인 20여명이 당근 배추 등을 캐내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정신지체 교육기관인 교남학교 학생들. 졸업후 경기 파주군 적성면에 있는 자립재활농장센터에서 농사를 지을 예정인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이곳에서 실습을 해 왔다.
학교측은 실습지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서울 강서구청의 소개로 LG산전의 운동장 한쪽을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그후 2개월여 동안 흙고르기 씨뿌리기 호미사용법 등을 차례로 익혔다. 그리고 이날 자신들의 노력과 정성이 깃들인 농산물을 수확하며 결실의 참뜻을 깨달은 듯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李지명군(18)은 무를 쑥 뽑아 『한번 먹어볼까』하며 장난스럽게 먹는 시늉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무를 마이크삼아 잘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춤까지 곁들여 「꿍따리샤바라」 등 유행가를 부르기도 했다.
담당교사 鄭己鎬씨(37)는 『처음 제초작업을 할때는 잡초와 채소를 구분하지 못했지만 이젠 작물의 이름을 모두 아는 학생도 있다』며 『집중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농사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에 맞춰 일터로 나오고 힘든 일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산전의 朴熙星총무팀장(35)은 『장애인들이 우리 운동장에서 잠시나마 자신의 생계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장애인의 어머니 李明姬씨(36·서울 강서구 방화동)는 『장애아들은 조그만 성취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며 『비행청소년들이 우리 애들의 모습을 한번만 보면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달을 수 있을 텐데…』라고 말했다.
〈韓正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