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첫 기혼총장 탄생」의 화제를 몰고 왔던 張裳(장상·57)총장이 22일로 취임 1백일을 맞았다. 『나는 신이 나면 내가 총장이라는 것도 잊고 캠퍼스를 막 뛰려다가 꾹 참곤 한다』고 할만큼 활달하고 매사에 낙관적인 장총장은 인터뷰를 위해 산뜻한 초록빛 투피스를 입고 있었다. 『결혼한 것 말고도 괜찮은 점이 꽤 있는 사람인데 왜 「기혼」이라는 것만 강조하는지 모르겠다』며 웃음짓는 장총장에게 먼저 취임 1백일의 소감을 물어보았다.>
「金順德 기자」
『취임하면서 내가 이 시기에 총장직을 맡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화 1백10년의 역사와 오늘날 이화의 위상을 생각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우리 선배들이 교육을 통한 한국여성의 인간화에 힘썼다면 21세기를 앞둔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다름아닌 「이화의 세계화」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화의 잠재력으로 이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화하는데 1백일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 총장 바쁘고 힘든 자리 ▼
이를 위해 외국어부문을 비롯, 전반적 학습량과 질을 확대하는 등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방안을 마련하던 중에 나온 교육부 정책이 「국제 전문가 양성을 위한 특성화 프로젝트」였다. 그것도 취임식을 가졌던 9월1일(일요일)에서 하루가 지난 2일 나온 정책이어서 『이것은 바로 이화여대를 위해 나온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장총장은 말했다.
덕분에 전국 45개대학가운데 5개 대학을 뽑아 매년 32억원씩 5년간 지원받게 되는 이 프로젝트에 이화여대가 당당히 선정돼 내년 3월 국제통상 협력분야의 전문인재를 배출하는 국제대학원과 국제통역대학원의 신입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공식적 일처리와 별개로 장총장이 뜻밖의 어려움으로 맞닥뜨린 것은 『총장이 해야할 일이 이렇게 많은줄 몰랐다』는 점이었다.
『「나인 투 파이브(Nine to Five·9시 출근 5시 퇴근)」가 아니라 「에잇 투 텐(Eight to Ten)」이라고 할만큼 일이 많습니다. 이화여대가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 덕분인지 여성지위 향상이나 여성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외부일로 총장이 참석해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취임사를 통해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천명했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이며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뿌리깊은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의 시대가 가능하리라고 보는지요.
『그것이 역사의 방향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존엄성을 인정받는 것으로 역사가 흘러가기 때문이지요. 21세기가 여성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첫째 1960년대 여성해방의 물결이래 여성의식이 주체적 삶을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고 둘째는 여성인력을 원하는 사회의식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셋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로 세계문명사적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동서 냉전 종식에 따른 세계질서의 개편으로 국가간 무한대의 경쟁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 사회의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인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