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는 것은 교육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21세기를 준비하는 미국 영국 핀란드 역시 교육개혁이나 교육정책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지적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선진국은 교육개혁을 둘러싼 반대의견을 어떻게 수용하면서 원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현지취재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알아본다.》
「워싱턴·런던·헬싱키〓宋相根기자」 『교육에 최우선을 둬 모든 8세 어린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하고 12세 소년 소녀가 인터넷을 사용하며 18세 청소년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합시다』(클린턴)
『여러분은 자녀의 안전과 생활의 질에 대해, 또 교육의 질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돌)
『저는 안전하고 마약이 없는 학교를 위한 프로그램을 늘릴 것을 지지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돌 후보와 제가 차이를 보이는 부분입니다』(클린턴)
『당신은 국민에게 4년전보다 더 나아졌느냐를 물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4년전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있습니까』(돌)
『저는 교육과 자녀양육을 목표로 한 세금감면책이 미래를 위해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클린턴)
『대통령이 되면 주지사 협의회를 만들고 그들과 직접 협의해 (교육문제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국민과 주정부에 돌려줄 것입니다』(돌)
지난 10월6일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의 부시넬극장.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민주당의 빌 클린턴과 공화당의 보브 돌 후보의 TV토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교육개혁이었다.
클린턴은 21세기와 인터넷을 내세우며 집권이후 실행해 온 교육개혁안 「GOALS 2000」의 목표와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돌은 이같은 개혁안이 오히려 미국의 교육을 후퇴시켰다고 반박했다.
「GOALS 2000」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교육정책, 또는 교육개혁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느냐는 것이다.
공화당측은 주정부 고유의 업무인 교육행정에 연방정부가 개혁을 이유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교육을 너무 지방자치에 맡겨놓았기 때문에 미국교육이 오늘날처럼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논란속에서 미국 연방정부가 교육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는 「돈」이다.「GOALS 2000」계획안에 적극 동참하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를 차별하는 것이다.
실제로 버지니아주는 연방정부의 개혁안 대신 주정부의 자체 프로그램을 중점 추진키로 결정한뒤 94년과 95년에 교육예산을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뉴햄프셔주 역시 94년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2개 주정부는「GOALS 2000」계획안의 목적이 지방교육을 장악(Take Over)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올해부터 동참한 뒤에야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 연방교육부의 「GOALS 2000」 담당관인 프랭크 소볼은 『대부분의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개혁안을 지역실정에 맞추려고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역시 지난 88년 보수당 정권이 「교육개혁법」을 만들어 교육자치의 범위를 크게 축소시킨데 대해 반발이 적지 않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일선 교장과 교사. 장학평가가 끝난뒤 받아보는 「학교성적표」의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학교평가의 목적이 각 학교의 장단점을 파악, 교육수준과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는데 있으므로 실제「시험」을 치르는 스트레스는 학생보다 학교 교장 교사가 더 심한 편이다.
국가차원의 교육과정 운영, 4년단위의 학교평가 등 교육현장에 세찬 바람이 불 때마다 영국 교육계는 이를 「로마시대 이후 처음」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불만을 표시하지만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며 계속해서 「진군나팔」을 불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교육개혁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교육계간의 마찰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핀란드 교육관계자들은 『핀란드의 교육(행정)이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이지 않느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인구가 5백11만여명에 불과하고 2차세계대전 이후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영향으로 사회 곳곳에 사회주의적 색채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스웨덴의 식민지배를 경험했지만 스웨덴어를 초등학교때부터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제2외국어를 별도로 가르치는 교육제도를 그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자부심인 노키아(무선전화기)가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외국어교육에 중점을 둬야 외국과 쉽게 무역을 하고 그래야 국가가 살아갈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