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하신 어머니를 뵈러 며칠내로 귀국하겠다고 했는데…』
인도양 상공에서 납치됐다 추락한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밝혀진 케냐대사관 李憲鍾(이헌종·49)서기관의 가족들은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24일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성베드로병원에 입원중인 노모(82)의 병상을 지키고 있던 이서기관의 형 茂盛(무성·56·건축업)씨는 『며칠전 전화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하자 동생이 「이번 에티오피아 출장만 마치면 즉시 귀국하겠다」고 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노환으로 지난 20일 입원한 이서기관의 노모에겐 가족들이 알리지 않았다. 아버지(79)도 이날 아침 일찍 집안 제사를 지내러 고향인 경기 김포군으로 내려가 있어 부모 모두 막내 아들의 참변을 모르고 있었다.
『2남1녀중 막내인데 말수가 적고 참 성실했어요. 항공대에서 무선통신을 공부하고 외무부에 들어간 뒤 20여년간 외국에서만 살았어요. 그게 힘들었는지 「이젠 고국에 정착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는데…』
무성씨는 『일단 내일 모레중 사고현장으로 가서 동생의 시신이라도 찾아와야죠』라고 힘없이 말했다.
한국항공대 통신공학과를 졸업한 뒤 77년 주사보(7급)로 외무부에 들어간 이서기관은 본부와 해외공관 사이의 통신업무를 맡아온 통신전문가. 독일 인도 호주 헝가리대사관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케냐대사관에서 근무해왔다.
〈文 哲·李明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