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운전자 또 석방]무너지는 「구속관행」

  • 입력 1996년 11월 26일 20시 05분


지난 24일 음주운전에 뺑소니로 구속된 황모씨(27)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됐다. S건설에 다니는 황씨는 지난 11일 밤 11시경 직원들과 술자리를 마치고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부인이 있는 충북 제천시로 내려가던 중 접촉사고를 냈다. 황씨는 그대로 10여㎞를 도주한 뒤 갓길에 서있다가 고속도로 순찰대에 붙잡혔다. 피해자인 이모씨는 전치 3주의 상처와 1백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황씨의 구속적부심을 신청한 朴洋進(박양진)변호사는 『탤런트 신은경씨의 석방선례가 없었다면 음주와 뺑소니가 겹친 황씨의 경우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구속적부심을 담당한 재판부는 공교롭게도 신씨의 구속적부심을 맡았던 서울지법 형사항소7부(재판장 鄭德興·정덕흥부장판사)였다. 정부장판사는 『구속은 곧 처벌이 아니며 다만 피의자의 도주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구금에 불과하다』며 『수사나 재판의 편의를 위해 구속을 이용하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깨야 하며 피의자에 대한 처벌은 법원의 확정판결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장판사는 이어 『신씨가 연예인으로서 열심히 생활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신씨 역시 이번 황씨와 마찬가지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주로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법리적 주장」에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씨의 석방 당시 일반 국민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황씨의 석방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편 신씨와 같이 무면허 음주운전에 뺑소니로 24일 구속된 농구선수 허재씨의 경우 반성하는 자세를 보인다는 의미에서 구속적부심 청구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씨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경우 이를 법원이 신씨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허씨가 친구에게 대신 운전했다고 허위진술을 시킨 것은 본능적인 거짓말로 보기 힘들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음주운전 전과가 두차례나 있다는 점도 허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법조인들은 보고 있다. 〈徐廷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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