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합헌 안팎] 全-盧씨 선고앞둬 묘한 분위기

  • 입력 1996년 11월 28일 20시 11분


「金正勳기자」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가」. 올 여름 사형제도 존폐논쟁을 새삼스레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했던 미국영화 「데드맨 워킹」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었다. 역사적으로 해묵은 이 질문에 대해 28일 헌법재판소는 『지금의 상황에서 사형제도는 불가피한 것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사형제도가 위헌시비에 휩싸인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다. 국내에서 사형제도가 처음으로 위헌심판대에 오른 것은 지난 63년. 헌법재판소가 창설돼 있지 않아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권이 대법원에 있었던 당시 대법원은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었다. 이어 지난 89년3월 2명의 사형수가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면서 사형제도는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그러나 헌재 심리도중 1명의 사형수는 사형이 집행됐고 나머지 1명은 법정청구기간(60일)을 넘겨 헌법소원을 냈다는 이유로 93년11월 각하결정이 내려지면서 본격적인 판단은 미뤄졌다. 그리고 세번째 심판인 이번 사건에서 헌재는 재판관 9명중 7명이라는 압도적인 다수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사형제도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극악무도한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형도 불가피하다는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헌재는 사형을 선고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고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실현됐을 때는 곧바로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같은 헌재의 의중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형법 개정안에 사형선고 신중규정이 신설됨으로써 반영돼있다. 또 지난 7월부터 시행된 형법에도 강도치사 등 8개 범죄의 법정형량에서 사형이 제외돼 현재 법정형량에 사형이 규정돼 있는 죄목은 모두 89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같은 법개정 방향은 사형제도폐지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사형제도가 폐지되겠지만 과도기적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 사형선고와 집행을 자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법관들 사이에서도 『사형선고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한편 헌재의 이번 결정이 다음달 16일로 예정돼있는 全斗煥(전두환)전대통령의 내란 및 군사반란사건 항소심 선고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묘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헌재가 이번 헌법소원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피고인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사형이 선고될 경우 헌재가 이번 사건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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