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우리생약 살리기 시급하다

  • 입력 1996년 11월 28일 20시 13분


생약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값싼 수입약재에 밀려 판로가 없는데다 시세마저 바닥이니 손을 뗄 만도 하다. 심지어 생약농사는 운좋으면 돈벌고 재수없으면 망하는 일종의 투기사업처럼 인식되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자생 생약초는 뛰어난 약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여년 전만 해도 일본 대만 홍콩 미국 등지로 상당량을 수출해온 우리의 소중한 자원식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로 농촌노동력이 감소하면서 자연산 채취인구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자연채취량 역시 91년 7천3백66t에서 95년 4천8백68t으로 급감소했다. 반면 수입량은 91년 7만2천t에서 95년 7만4천t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고품질의 우리것을 제쳐두고 값싼 중국산을 선호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값이 싸다는 이유때문에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해 무분별한 수입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제 발등 찍기」일 뿐이다. 건강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약재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비례해 수입량 또한 증가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농축액과 식품원료로 무분별하게 반입돼 불법유통되는 값싼 수입약재로 국내약용작물의 생산기반마저 뿌리째 흔들리는 지경이다. 현행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를 봐도 농민에게는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수급조절품목인 29종을 제외한 모든 약재가 완전 개방돼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 수급조절 품목마저 국내 약재값이 오르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언제든지 수입해올 수 있다. 반면 값이 폭락할 경우 생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수매대책은 전혀 없다. 결국 농민들만 일방적으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생약농가에 최소한의 이윤도 보장되지 않는 만큼 양질의 약재생산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무리라 하겠다. 우리 생약을 살리자면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생약재에 대해 정부 차원의 하한가 수매제가 확립돼야 한다. 또 주산단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약용작물의 계획생산을 유도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이와 함께 고품질 한약재 생산에 대한 생약업계의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요구된다. 고품질 약재 생산을 위해 중금속과 농약에 대한 기준치의 설정 고시도 시급한 과제다. 재배할 때부터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되지 않도록 토양검사에서부터 유기질비료의 사용과 관수 세척 건조 보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방법이 정립돼야 한다. 이 종 용(한국생약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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