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 건물 지하 4.5m 깊이에 소나무말뚝 9천3백여개가 박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문화체육부가 이를 제거하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 말뚝은 일제가 1916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세우면서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땅속에 박은 것으로 지름 20∼25㎝, 길이 4∼8m 크기의 말뚝들이 가로 세로 가각 60㎝ 간격으로 건물이 위치한 땅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복궁 복원사업을 맡고 있는 문화재관리국측은 28일 『이번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과정에서 관련 문헌을 수집 조사한 결과 일제가 공사당시 백두산 압록강변에서 벌목해온 소나무말뚝 9천3백88개를 박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문화재관리국측은 나무말뚝 윗부분인 지하 3m깊이의 초석까지만을 제거한 뒤 철거 공사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이를 수정, 복원사업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이 말뚝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했다.
문화재관리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왕궁 한복판에 일제가 박아놓은 말뚝이 9천여개나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역사를 바로세우고 민족정기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말뚝을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총독부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흥례문(興禮門) 등 과거 경복궁내에 있던 건물들이 오는 99년까지 완전 복원될 예정이다.
이 말뚝의 철거시기는 현재 건물부지에 쌓여있는 철거폐기물이 완전히 반출되는 내년초가 될 것으로 문화재관리국측은 보고 있다.
〈李光杓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