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피난처」 金在五(김재오·31)소장이 전한 중국 조선족동포들의 사기피해와 그 휴유증은 실로 참담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김소장은 5일 『한국인 사기꾼들이 동북3성 전 지역은 물론 연길에서 3일 이상 걸리는 흑룡강성의 오지까지 들락거리며 사기행각을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동족을 등쳐먹기 위해 그 먼 곳까지 찾아가 가난하고 순진한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속여먹고 사기를 쳤다니 기가 차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는 것.
김소장은 『이번 방문기간중 2천5백가구의 피해사례를 추가로 확인했으며 피해액수도 고리의 이자까지 합치면 한화로 원금 1백억원의 3.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둘러본 흑룡강성 오지의 조선족 마을들은 절반 이상의 가구가 한족(漢族) 「빚꾼」들에게 시달려 마을 전체가 황폐해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장이 둘러 본 흑룡강성 연수현 유민촌의 경우 총 2백가구 중 35가구가 사기피해를 보았다. 이 마을에 지난 10월 말 추수를 마치자마자 한족들이 동원한 해결사인 「빚꾼」들이 몰려와 사기피해를 본 조선족 35가구가 추수한 벼와 옥수수 등을 모두 빼앗아 가버려 올 겨울을 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것.
사기피해를 당한 조선족 중에는 1만元(원)이 넘는 입국수수료를 마련하기 위해 이웃 한족들에게 돈을 빌린 경우가 많은데 한족사회에서는 해를 넘기기 전에 빚을 갚는 관행이 있어 빚을 진 조선족동포들은 빚꾼들의 행패를 피해 숨거나 도망치고 있어 조선족마을이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
빚꾼들의 행패에 놀란 마을 주민 김동철씨(66)가 한달전 뇌출혈로 사망했으며 2만2천元을 빚진 김해근씨(35)의 장모는 눈이 멀고 부인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는 것.
또 흑룡강성 대성시 하동향 대성촌은 70가구 중 36가구가 한족 빚꾼들에게 햇곡식을 빼앗겼다. 유광일씨(33)는 한국인 사기꾼에게 속아 18명의 친척들을 모집해 주는 과정에서 54만元(한화 5천4백만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맡아 빚꾼들에게 곡식은 물론 가재도구까지 빼앗겼다고 한다.
두 마을 주민들은 이자도 갚을 길이 없는데다 계속되는 빚꾼들의 시달림에 견디지 못해 하나 둘 고향을 등지고 있다고 김소장은 전했다.
김소장은 『이같은 조선족 사회의 해체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심한 경우 자살을 결행하거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테러와 보복에 나서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한장송씨(사망당시 56세)는 사기를 당하고 지난해 7월 가출한 뒤 올 청명절에 선산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흑룡강성 혜림시에 사는 김수영씨(30·여)는 지난해 7만元을 주고 한국인과 위장결혼, 한국에 들어갔다가 한국인브로커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자 불법체류자로 고발당해 지난 6월5일 강제추방돼 중국으로 돌아온 뒤 지난 6월말 음독자살했다는 것.
한편 일부 사기피해자들은 「대사관에 폭탄을 투척하겠다」 「한국사람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테러를 가하겠다」고 공언하며 북경으로 모여들고 있어 각 지역별로 조직돼 있는 5개의 피해자단체가 이들을 말리는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김소장은 전했다.
조선족사회의 반한(反韓)분위기는 최근 길림신문이 「조선족 부녀자 윤간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극도로 악화돼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20일자 길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올 여름 한국으로 밀항하려던 50여명의 조선족 동포 중 20∼60대의 부녀자 12명이 한국인 선원들에게 집단으로 윤간당했다는 것.
한편 조선족들의 사기피해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동북3성에 많이 나와 있는 북한인들도 『「2등국민」인 중국 조선족들도 그렇게 당하는데 「3등국민」인 우리는 통일이 됐을 때 얼마나 당하겠느냐』며 걱정하고 있다고 김소장은 전했다.〈李澈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