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에 없어서 제가 서명하고 남편을 피보험자로 생명보험에 들었는데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까』
『보험설계사가 대신 계약서를 작성하고 도장까지 파서 날인했는데 보험계약이 무효입니까』
대법원이 「피보험자의 자필 서명이 없는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는 보도(5일자 동아일보 47면)가 나가자 이날 본사에는 보험계약의 유효여부를 알아보려는 불안한 독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문의전화는 보험가입 때 관행상 피보험자 대신 배우자가 서명했거나 심지어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서 작성과 서명을 대신해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판결의 근거가 된 상법 731조1항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험금을 노리고 피보험자 몰래 보험에 가입한 뒤 피보험자를 살해하는 등의 범죄(이른바 보험살인)를 예방하고 △타인의 사망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의 공서양속(公序良俗:법률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의 사회질서와 선량한 풍속)이 침해되는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입법 취지.
이번 소송의 경우 원고인 보험계약자 양모씨가 남편 김모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암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물론 피보험자의 자필서명란에 김씨의 이름까지 대신 적어 넣었다.
따라서 소송을 낸 양씨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서면동의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고 결국 이 때문에 패소했다고 대법원측은 설명했다.
韓강현대법원 재판연구관은 『현실적으로 가족사이에 생명보험을 대신 들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피보험자 본인이 보험가입 사실을 알고 서명해야 나중에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처럼 보험설계사에게 서명하게 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金正勳·孔鍾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