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일가 입국 스케치]홍콩수용소 뒷문통해 비행기로

  • 입력 1996년 12월 9일 20시 24분


탈북가족 17명이 한국으로 송환된 9일 이들의 운송을 맡은 대한항공측은 아침부터 긴장된 분위기였다. 이날 홍콩의 카이탁국제공항 대한항공 탑승수속카운트에는 「금일 보안상의 이유로 탑승구에서 휴대 수하물 등에 대한 검사가 철저히 실시되니 양해해주기 바라며 가급적 일찍 탑승해 달라」는 내용의 한글과 영문 안내문이 나붙었다.오후1시 출발한 비행기의 탑승수속도 오전10시반부터 일찍 시작됐다. ○…이날 이들 탈북가족을 태운 대한항공(KE)618편은 정원 4백10석에 4백석이 차 거의 만석인 상태. 이들 가족은 이코노미 클래스중 앞줄인 30열과 31열에 좌석이 배정됐고 이들의 뒤쪽에는 서울에서 온 송환요원과 보도진이 자리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차단. 이날 이 비행기에 탑승했던 일반승객들은 갑자기 철저해진 보안검색 등에 영문을 모르고 불안해 하기도 했으나 비행기에 탑승한 후 바로 탈북 일가족 17명이 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모두들 호기심을 나타내며 앞쪽을 기웃거리는 모습. ○…이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휴대용 수하물은 모두 X선 투시기를 거친후 다시 개봉돼 검사를 받는 등 이중의 검사를 거쳐야 했고 승객들의 몸수색도 평상시와 달리 호주머니속에 있는 것을 모두 꺼내 보여야 하는 등 엄격하게 진행됐다. 또 승객들이 짐칸으로 부치는 소화물도 이중의 X선 검색대를 거쳤다. 대한항공측은 이를 위해 이날 홍콩 보안전문회사로부터 13명의 보안요원을 임시로 고용했다. ○…김경호씨 가족이 원래 수용됐던 상수(上水)난민수용소에서 지난 7일 오후부터 옮겨 머물렀던 공항옆 임시수용소는 베트남 등 다른 나라 밀입국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전 일시 보호하는 곳으로 철조망 등으로 외부와 완전 차단된 시설. 더구나 이 수용소는 뒷문이 공항 활주로로 통하게 돼 있어 이곳에 수용됐던 난민들은 공항대합실을 통하지 않고도 곧바로 탑승 항공기로 갈 수 있게 돼 있고 이날 김씨 가족들도 뒷문을 통해 활주로로 바로 직행. ○…이들 탈북가족 17명에 대한 항공기 예약은 지난 6일 밤 이루어졌다. 이 예약은 관계당국이 언론 등 외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여행사에 의뢰했으며 예약도 한꺼번에 하지 않고 6명, 6명, 5명으로 나누어 했다. ○…탈북가족을 서울로 태우고 간 대한항공 618편은 이날 오전 11시45분 서울에서 홍콩에 왔다가 오후 1시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보안상의 이유로 이날은 평소보다 탑승을 50여분 빨리 시작하는 바람에 대한항공 승무원과 청소 점검 등을 담당하는 기술요원들은 정신없이 바쁜 모습들이었다. ○…이날 카이탁 국제공항에는 오전 11시경부터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어 신문인 명보, 그리고 홍콩 ATV 등 현지 언론의 보도진이 다수 나와 취재에 대비했으나 정작 귀순가족들이 공항청사에 나타나지 않자 이들은 한국 보도진을 상대로 간접취재에 열을 올렸다. 홍콩언론은 탈북가족들의 홍콩체류 사실이 알려진 첫날 1면 머리기사 등으로 이 사실을 보도한 후 뒤이어 보도된 북한 국가보위부원의 망명신청 사실도 주요기사로 다루는 등 북한인들의 홍콩밀입국 및 한국망명신청에 큰 관심을 표명. ○…탈북가족이 서울로 송환된 이날 아침 홍콩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아침부터 서울과의 업무연락 등으로 전화통에 불이 날 지경. 총영사방은 물론이고 관계부서마다 긴급한 업무연락과 보고 등으로 분주한 모습들이었으나 오후 1시 비행기가 무사히 출발했다는 통화를 끝으로 갑자기 적막해지는 모습. 이같은 모습은 각 언론사의 특파원 사무실도 마찬가지여서 지난 며칠간 이들 가족에 관한 취재와 보도로 콩볶듯 하던 취재경쟁도 갑자기 일시 정지한 듯한 모습들을 연출. 〈홍콩〓鄭東祐·孔鍾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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