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혼잡료징수 한달]통행속도 둔화,우회로 체증

  • 입력 1996년 12월 11일 16시 44분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에서 혼잡통행료를 징수한 지 11일로 꼭 한달이 지났다. 우여곡절끝에 시행된 혼잡통행료 징수는 터널구간에서 조차 극심한 혼잡을 야기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터널통과 구간의 혼잡을 줄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강로와 삼각지 등 우회로의 정체는 당초의 예상대로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혼잡통행료가 `나홀로 승용차' 운행차량 자체를 줄이는 데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터널 통과차량의 통행속도도 징수전에 비해 크게 빨라지긴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혼잡통행료 징수 초기 2천원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승용차 이용을 자제했던 시민들이 다시 승용차를 이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통행료 징수전 하루 평균 4만여대가 통행했던 남산 1호터널의 경우 징수후 2만9천∼3만1천1백여대로 통행량이 25%정도 감소했고, 통행속도도 징수전 평균 시속 23㎞에서 징수후 35㎞∼43㎞로 50∼85%가량 빨라졌다. 3호터널 통행량도 징수전 5만여대에서 3만7천4백여대∼3만9천여대로 25% 감소했고, 통행속도도 징수전 시속 18㎞에서 31.5㎞∼37㎞로 77∼1백8%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월길과 장충단길, 2호터널 및 한강로 등 4개 주요 우회도로의 교통량은 징수전 평균 1만3천여대에서 징수후 1만3천7백여대∼1만3천9백여대로 5∼7%가 늘어났으나 통행속도는 징수전 24.5㎞에서 징수후 27.4㎞∼31.8㎞로 오히려 조금 빨라졌다. 이 수치만 보면 혼잡통행료는 교통량 13% 감축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훨씬 넘어서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통행료 징수구간을 지나는 시민들은 이같은 시의 분석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우회도로의 정체가 심하지 않다는 시의 발표와 달리 출근길 이태원 지하차도 부근에서는 삼각지 방향으로 진입하기 위해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량들을 볼 수 있으며, 1호터널을 지나 한남대교로 진입하는 한남고가차도 부근 도로의 정체도 전보다 훨씬 심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혼잡통행료는 당초의 예상대로 승용차 이용 시민을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채 인근 우회로로 내모는 데 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일이 지날수록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의 통행속도가 둔화되고 있어 시행 초기 2천원의 경제적 부담으로 승용차 운행을 일시적으로 포기했던 시민들이 다시 승용차를 몰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 분석자료에 따르면 1호터널의 경우 시행 첫주 평균 시속 35㎞에서 2주째는 43㎞로 빨라졌으나 3주째 40㎞, 4주째는 35.7㎞로 점점 속도가 느려졌고,3호터널도 첫주 37㎞에서 2주째 34.6㎞,3주째 33㎞,4주째 31.5㎞로 점점 둔화됐다. 우회도로의 통행속도도 첫주 31.8㎞에서 2주째 30.6㎞,3주째 29.6㎞,4주째 27.4㎞로 계속 느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으로 미뤄 혼잡통행료는 시행 초기의 `반짝' 효과에 그친 채 점차 예상됐던 문제점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결국 대폭적인 지하철노선의 확충과 버스 서비스개선 등 근본적인 대중교통 유인책이 마련되지 않고는 교통량 감축 면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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