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항장(降將)은 불살(不殺)이라 하였으니 공화(共和)를 위하여 감일등(減一等·한단계 낮춤)하지 않을 수 없다』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재판부(재판장 權誠·권성 부장판사)가 16일 판결문에서 밝힌 全斗煥(전두환)피고인에 대한 감형이유중 일부다.
평소 고사성어(古事成語)를 잘 인용하기로 이름난 권부장판사는 이 사건 판결문에서도 한문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피고인들의 양형이유를 실감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전피고인의 경우 『죄는 크지만 6.29선언을 수용, 권력의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정치문화를 탈피했고 이는 쿠데타를 응징하는 것 만큼이나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었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盧泰愚(노태우)피고인에 대해서는 『전피고인의 참월(僭越·반란 및 내란)하는 뜻을 시종 추수(追隨·남을 쫓아 따름)하여 영화를 나누고 업(業·대통령직)을 이었다. 그러나 수창(首唱·먼저 주창함)한 자와 추수한 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감일등한다』고 밝혔다.
또 車圭憲(차규헌)피고인에 대해서는 『반란과 내란에 참여한 정도가 가장 가볍고 망동(妄動)하다 덫에 걸린 민망함이 없지 않다』며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가벼운 형인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許和平(허화평) 許三守(허삼수) 李鶴捧(이학봉)피고인은 아직도 앙연(怏然·잘난 척하며 당당함)한 뜻이 은연중에 배어난다』고 중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李熺性(이희성)周永福(주영복)피고인에 대해서는 『힘에 밀려 내란세력에 이끌려간 형적이 없지 않으나 힘에 밀려 그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下僚·하급관료)의 일이고 피고인들과 같이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한 경우에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피고인은 항소심에서 1심형량(7년)보다 낮게 선고받지 못한 유일한 피고인이다.
〈徐廷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