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재해 문제점 진단]사망률 35%…공포의 出水사고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매몰 광원 15명 전원이 참변을 당한 강원 태백시 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 막장붕괴사고는 탄층에 괴어있던 대량의 지하수가 갑자기 터지면서 일어났다. 흔히 「물통사고」로 불리는 이 출수사고는 지하수로 뒤범벅이 된 죽탄이 화산폭발 때 용암이 터져나오듯 갱내를 덮치면서 생존공간을 거의 메우게 돼 탄층 붕괴사고와 달리 대형참변으로 이어진다. 통보광업소는 지난 93년 8월에도 막장 지하수 출수사고로 5명이 죽탄에 매몰돼 숨지고 余鍾業(여종업·당시 32세)씨만이 5일만에 구조되는 사고를 겪었다. 태백 광산지역사회연구소(소장 元基俊·원기준)가 지난 74년부터 20년간 광산재해를 분석한 결과 사고를 당한 10만4천2백99명 중 3천4백73명이 숨져 사망률이 3.3%인 반면 출수사고의 경우는 4백29명 중 1백49명이 숨져 34.7%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출수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출수가 우려되는 곳에 3∼4m 길이의 구멍을 드릴 등으로 뚫어보는 선진천공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 방법으로 출수징후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광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출수징후 사전탐지를 위해 광원들은 지주와 막장내 암반 등에 나타나는 이슬이나 습기 등에 따른 직감에 의존하고 있다. 광산보안법은 출수의 유형이 천차만별이라는 이유로 자세한 보안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가스사고의 경우 광산보안법은 「갑종 탄광의 갱내 보안계장은 가연성 가스 검정기로 가스를 검정하지 않고는 광산종업원을 갱에 들여보내지 못한다」고 시행령 시행규칙을 마련해 놓고 있으나 출수사고 예방을 위한 시행규칙은 아직 없다. 강원 태백경찰서는 통보광업소 사고막장 50m 위에 폐갱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지하수가 가득 들어찬 폐갱도 바로 밑에서 지난 10, 11일 이틀간에 걸쳐 이루어진 무리한 발파작업 등이 사고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작업막장위의 폐갱도 내부 상황이 사전에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 통상산업부 광산보안사무소는 사고갱도 50m위에 폐갱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폐갱도에 얼마나 물이 괴는지 알기 어렵고 폐갱도에 물이 괸다고 해도 물을 빼내는 조치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폐갱도는 방치되고 폐갱도에 괴는 물은 언젠가 또다른 대형 출수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화약고인 셈이다. 〈태백〓慶仁秀·夫亨權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